토종 로봇 장난감 ‘또봇’ 해외에서도 돌풍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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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찬희 영실업 대표 “2017년 매출 2500억… 콘텐츠 회사로 도약”

18일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영실업 본사의 ‘또봇’ 모형 옆에서 한찬희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8일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영실업 본사의 ‘또봇’ 모형 옆에서 한찬희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한찬희 영실업 대표(40)를 만나기 전 기자는 유튜브를 통해 ‘또봇’ 애니메이션을 처음으로 봤다. ‘악당을 물리치고 지구를 지킨다’는 뻔하고 유치찬란한 스토리를 예상했는데 의외였다. 또봇에는 정(情)과 같은 오묘한 한국적 정서가 숨어 있었다. 기자는 어느새 ‘또덕(또봇 덕후·마니아)’이 되어 버렸다.

또봇은 1976년 인기 돌풍을 일으킨 ‘태권V’와 여러모로 비슷하다. 국내 토종 로봇이라는 점도 그렇고 로봇 애니메이션 열풍을 일으켰다는 점도 그렇다. 또 태권V가 일본의 ‘마징가Z’나 ‘그랜다이저’와 같은 듯하면서 다른 것처럼 또봇 역시 ‘파워레인저’와 차별화된 존재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마징가Z나 그랜다이저는 조종사의 작동 명령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이지만 태권V는 주인공과 정신적 혼연일체를 이뤄 적을 물리치는 능동적 존재다.

또봇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파워레인저처럼 단순히 적을 물리치는 것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다양한 가치를 전해준다. 한 대표는 “또봇에 소외된 계층의 사연과 농촌 이야기, 가족애 등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요즘 아이들에게 정과 가족애 같은 ‘순진한’ 이야기가 통할 수 있을까. 한 대표는 “영실업의 실적이 그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2009년 209억 원에 그쳤던 매출은 또봇 애니메이션이 나온 2010년부터 상승세를 그렸다. 또봇 완구와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한 영실업의 매출은 2010년 243억 원, 2011년 349억원, 2012년 542억 원으로 급상승했다. 2012년에는 국내 시장에서 경쟁사인 일본 반다이(파워레인저 제작사)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연매출 761억 원을 달성해 레고코리아에 이어 국내 완구시장 2위에 올랐다. 또봇이 전하는 한국적 가치는 우리와 비슷한 문화권인 아시아 다른 나라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대만에서는 올해 10월 어린이 채널의 시청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 대표는 해외에 나갈 때 그 나라의 국립박물관부터 방문한다. “영실업은 단순히 완구를 파는 제조업체가 아니라 문화를 다루는 기업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외국 바이어들과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곤 한다.

영실업은 최근 ‘비전 2017’을 마련했다. 2017년 매출 2500억 원을 달성하고 완구회사에서 글로벌 콘텐츠회사로 거듭난다는 내용이다. 한 대표는 “또봇의 사례를 보니 완구 판매 이외에 유튜브 영상과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등 의외의 부분에서 상당한 수익이 발생하더라”며 “덕분에 콘텐츠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꼈다”고 했다. 그는 “내년에는 또봇에 버금가는 또 다른 캐릭터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모 mo@donga.com·박창규 기자
#한찬희#영실업#로봇#또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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