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훈련태도-성적따라 지원 차등… 3개 그룹 나눠 경쟁 유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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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전 하위권 맴돌던 대전시의 실험

대전시는 2012년 대전시체육회와 함께 대대적인 쇄신책을 마련했다. 명색이 광역단체인데 그해 대구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에서 17개 시도 중 15위에 그쳐 스포츠 팀을 정비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련한 시스템이 ‘승강제’였다. 승강제는 프로축구 등에서 1부와 2부로 나눠 리그를 진행한 뒤 성적에 따라 팀을 승격시키고 강등시키는 제도다.

대전시는 전략구성팀과 체육회팀, 시청팀으로 나눠 지원을 달리했다. 전략구성팀은 발전가능성이 있는 대전 출신 선수들을 선발해서 지도자를 두지 않고 각 경기단체의 책임 아래 운영하는 팀이다. 선수는 혼자 훈련해 대회에 출전하고, 대전시체육회는 훈련 지원금만 준다. 대전시 최하 등급 팀이다. 체육회팀은 체육회가 직접 운영한다. 시청팀은 시청에서 운영하는 팀으로 대전시 최고 등급 팀이다. 이렇게 3개 등급 팀을 만들어 훈련 태도와 과정, 전국대회 성적 등을 종합 평가해 등급을 올리고 내리는 시스템이 대전시의 승강제다. 잘하는 팀은 위로 올리고 지원금도 올렸다. 못하는 팀은 밑으로 내리고 지원금도 줄였다. 올 초 체육회팀에 있던 세팍타크로와 검도를 시청팀으로 올렸고, 시청팀에 있던 양궁과 근대5종을 체육회팀으로 내렸다. 필요 없다고 판단되는 선수는 방출했다.

개인 종목 위주인 전략구성팀의 경우 올해 8개 종목 39명에게 10억8500만 원을 지원했다. 과거 24억 원에 비하면 약 14억 원을 줄였다. 체육회팀과 시청팀은 일정 수준이 되는 선수를 영입해야 해 비용 절감이 크게 되진 않았지만 ‘경쟁의 효과’는 크게 나타났다. 대전은 지난해 전국체육대회에서 12위를 했고, 3일 제주에서 막을 내린 제95회 전국체육대회에서는 10위를 했다. 종합 점수 3만2449점으로 2012년에 비해 무려 9772점을 더 끌어올렸다. 이번 승강제를 주도한 최대현 대전시체육회 경기운영팀장(44)은 “돈은 없고 팀은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에 대해 고민한 결과 승강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지도자들과 선수들의 반대도 많았지만 능력과 성적에 따라 객관적으로 평가받는 시스템에 잘 적응하고 있다.

대전시는 무조건 좋은 선수를 영입하던 관행도 버렸다. 지역 연계 스포츠 육성이란 모토를 내걸고 초중고교와 대학에서 실업까지 대전시에서 커 온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키우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대전 출신 유망주들로 카누와 양궁팀을 새롭게 만들었다.

한 스포츠 관계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지자체의 효율적인 운영 노력이 돋보인다”면서도 “지나치게 성적 위주의 효율성만을 강조하면 결국 성적 지상주의로 귀결되는 악순환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대전#훈련#전국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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