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입담꾼 영화거장 “내겐 비디오숍이 대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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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제럴드 피어리 엮음·김영준 옮김/372쪽·1만7000원·마음산책

누군가 어느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쿠엔틴 타란티노는 괜찮은 선택지다. B급 감수성과 유머를 사랑하는 ‘쿨한 영화 애호가’라는 인상을 주기에 적격이기 때문이다. 혹시 상대가 ‘그의 영화는 너무 폭력적이지 않냐’고 되묻는다면 이 책을 인용해도 좋다. “쿠엔틴이 말했죠. 폭력은 자신의 예술적 재능의 일부라고. 영화 속 폭력이란 취향의 문제죠.”

타란티노가 ‘저수지의 개들’(1992년)로 데뷔했을 당시부터 흑인 장고를 등장시켜 화제가 된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2년) 직후 인터뷰까지 20년간 기자, 영화평론가, 교수 등과 진행한 24번의 인터뷰를 모았다.

28세에 선댄스 영화제에서 화려하게 이름을 알린 타란티노는 “스티븐 스필버그 이래 가장 강력한 원투 펀치를 날린 감독”(평론가 짐 호버먼)이 됐다. 많은 인터뷰는 그가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배우를 꿈꾸며 중학교를 중퇴하고 5년간 비디오 가게에서 일했던 이력을 주목한다.

실제로 “비디오 가게가 대학이었다”고 표현한 타란티노는 “백인 쓰레기 취급을 받으며” 지냈던 시절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지 않았다면 끊임없이 사기를 치고 돌아다니다가 결국 감옥에 갔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 “늙은 감독이 되고 싶지 않다”면서 “60대에는 영화를 만들지 않고 소설을 쓰거나 영화관을 운영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힌다(2003년 인터뷰라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수다스러운 자신의 영화처럼 감독 역시 입담이 좋다. 타란티노의 팬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쿠엔틴 타란티노#영화#폭력#B급#저수지의 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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