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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여행’을 아시나요, 신용카드 대출로 떠난 첫 여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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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여행’을 아시나요, 신용카드 대출로 떠난 첫 여행은…

조성하 전문기자, 조성하 전문기자입력 2014-10-31 10:05수정 2014-10-3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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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여행사, 지 어드벤처스 이야기

그날(10월 29일) 점심식사 중에 나는 이런 질문을 받았다. 지금 우리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그 뜬금없는 물음에 순간 당혹했다. 그러면서 몇 초간 생각에 집중했는데 그런 중에 퍼뜩 이걸 깨달았다. 지금 골몰한다고 그런 게 찾아지겠냐는.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이렇게 대답했다. '공동체(Community)'라고.

서로가 서로를 소 닭 보듯 하는 세상이다 보니 서로 힘을 합해 이룰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러니 우리가 숨쉬고 발붙여 살아온 이 어머니 지구마저도 시름시름 앓는 걸 그냥 수수방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현실 인식에서 나온 답이었다. 앞으로 잘살려면 서로가 운명공동체임을 깨닫고 적어도 한두 가지-환경문제 등-쯤은 생각과 행동을 함께해야 한다는 평소 생각에 더함도 덜함도 없는 응답이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한 강연장을 찾았다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를 만나는 우연을 경험했다. '지 어드벤처스(G Adventures)'의 창업자 브루스 푼 팁(49·캐나다)이었다. 이 회사는 탐험대스타일의 그룹패키지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여행사인데 그는 국내에서 그 상품을 판매하는 신발끈여행사(대표 장영복)의 초청으로 방한했다. 청중은 대부분 여행사 항공사 등 관련업종 종사자였고 강연제목은 '관광산업의 미래(Future of Tourism)'. 그런 만큼 청중의 기대는 높았고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브루스 푼 팁은 여행업계의 스티브 잡스다. 이노베이션(개혁)과 리노베이션(개선)을 통해 여행업의 새 지평을 열었고, 여행의 참다운 기쁨을 선사하고 있어서다. 대표적 이노베이션은 이것이다. 형태는 패키지 그룹투어지만 CEO(Chief Experienced Organizer·'체험주관자'라고 풀이됨)라 부르는 투어가이드를 통해 나 홀로 떠나는 '여행(travel)'처럼 탐험심을 발휘하게 운영하는 것이다. 주마간산 식 '관광(Sightseeing)'을 탈피한 여행이다.

지 어드벤처스는 이걸로 창업 24년 만에 이 분야 세계최고로 우뚝 섰다. 더불어 그는 비전이 풍부한 신세대 여행사업가로 추앙받고 있다. 그는 2013년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대관식 60주년(2013년)을 기념한 '골든 주빌리 메달'서훈을 비롯해 여러 상을 받았다. 티베트 망명정부의 지도자 달라이라마로부터도 존경을 받는다. 달라이라마는 지난해 그가 펴낸 자전적인 책 '루프테일'(LOOPTAIL·부제는 '사업방식을 개선해 세상을 바꾼 한 여행사 이야기')에 생애 최초로 서문을 써주기까지 했다.

청바지에 수더분한 재킷차림의 이 중국계 캐나다인은 외모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친근한 아시안이다. 그러나 그의 프레젠테이션은 완벽했고, 또 수려했다. 매년 애플 본사에서 직원을 상대로 강연하고 유엔과 구글의 초청을 받으며 TED에서도 인기가 높은 세계 최고반열의 강사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면서 청중석에서 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어, 이건 뭐지?'하는 식의 난감과 황당함인데, 기대했던 마케팅과 상품개발 등 비즈니스 기법은 별로 나오지 않아서다. 그는 한 시간 내내 가난한 나라의 작은 촌락에 사는 소외된 주민을 위해 지 어드벤처스가 무엇을 해왔는지, 그리고 생각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좀 더 낫게 바꿀 수 있음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이걸 굳이 풀이하면 여행방문지에 이익이 돌아가게 노력하는 '공정여행(Fair travel)'이다. 하지만 그의 강연을 끝까지 듣고 나니 지 어드벤처스와 브루스 푼 팁의 철학은 그걸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지 어드벤처스는 단순한 여행사가 아니라 여행업에 NGO와 소셜미디어를 결합시킨 '새로운 여행'의 사회적 기업이었다. 그걸 통해 제시한 비전은 참신하다. 여행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좀더 나은 세상에 대한 생각을 공유함으로써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여행 산업의 미래'를 열정적으로, 그리고 멋지게 펼쳐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건 청중이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것이었고, 좌중의 초반 혼란은 그래서 생겼다. 물론 그런 분위기는 금방 가라앉았다. 그의 철학을 알게 된 청중들은 뜨거운 박수로 호응했다.

19년간 여행전문기자로 일하면서 나는 한 가지 문제에 천착했다. 사람은 왜 끊임없이 여행을 떠나느냐는 질문이다. 인류에게 여행은 450만 년 전 유인원부터 시작된 위대한 유산이다. 인류는 먹이사슬이 완벽한 아프리카의 해발 1000m 고원초원지대 사반나(Savannah)에서 진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거길 벗어나 다른 대륙으로 이동한 것은 불(火)과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호모 에렉투스(직립보행인간·150만 년 전)시절부터다.

그 장구한 세월동안 인류는 흑색피부가 다양한 색깔로 변할 만큼 진화를 거듭했다. 더불어 여행은 그런 동안에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그리고 그 지난한 여행은 녹록치 않았다.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지금도 계속하는 이유는. 여행의 끝이 행복하기 때문이라는 게 나의 대답이다. 부족 간의 갈등, 자연의 위협, 새로운 개척 등등 힘들기도 하지만 결과는 보람을 가져다주었다. 인류는 그렇게 발전했고 총체적으로 그건 행복의 원천이었다. 우리 뇌리에 '여행=행복'이란 등식이 자리 잡은 건 그 덕분이다.

그런데 그날 브루스 푼 팁은 그걸 되짚고 있었다. 지난 24년간 지 어드벤처스가 추구한 것은 이익이 아니라 '행복'임을 알리면서. 그런데 그 행복이란 여행자체에만 내재된 것이 아니었다. 소외된 이웃을 통해 갖게 된 아주 작은 생각과 배려가 일으킨 변화에서 잉태된 행복도 컸다. 그 과정은 이렇다. 여행자는 방문과 관심을 통해 함께 사는 세상을 배우고, 그들을 받아들이는 지역주민은 지역주민대로 자립발판을 마련한다. 그 결과 양쪽의 삶은 좀더 나아지고 우리는 그걸 통해 행복해지는 것이다. 공동체가 추구하는 선(善)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브루스 푼 팁이 지 어드벤처스를 설립한 건 1990년, 스물두 살 때다. 그는 카리브 해의 섬나라 트리니다드 앤 토바고에서 태어난 화교로 부모는 중국 광둥 성 출신이다. 세살 때 아홉 식구가 캐나다로 이민가 그는 앨버타 주의 캘거리에서 성장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비즈니스감각이 탁월했다. 열두 살 때 신문보급소에서 하청을 받아 동네친구들과 배달업을 시작할 정도로. 열아홉 살엔 슈퍼마켓 카운터에서 책갈피를 1만 개나 팔아치워 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아시아 배낭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토론토의 아파트에 여행사를 차렸다.

첫 여행은 '모험적'이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어 여행경비를 전 재산인 신용카드 두 장으로 대출받아 지불한 것이다. 목적지는 에콰도르의 아마존 밀림. 한 주민의 집에서 홈스테이로 진행했다. 거기서 그는 지 어드벤처스의 조직문화로 발전한 행복여행을 신념으로 삼게 된다. 여행자가 방문지의 고유문화를 껴안게만 된다면 여행에서 얻는 모든 이익이 그 지역에 돌아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첫 여행에서 여행자와 지역민 모두가 행복해하고 그걸 통해 얻는 자유로움을 얻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지 어드벤처스의 여행철학을 이렇게 설정했다. '어디로(Where to)'가 아니라 '어떻게(How to)'로.

그는 이런 활동을 좀더 조직적으로 하기 위해 2003년에 '플래닛테라(Planeterra)재단'을 설립한다. 봉사활동을 수행하는 NGO(비정부기구)다. 거기엔 계기가 있었다. 탈수증으로 죽어가는 케냐 아이들을 보고 트위터에 메시지를 올렸는데 5만 달러가 전광석화처럼 모였고 이걸로 물탱크를 설치해준 일이다. 플래닛테라 재단은 현재 페루와 네팔 등지에서 원주민의 자립(양모직조와 식당운영)과 인권신장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 어드벤처스는 손님을 모시고 이곳으로 간다. 지난해엔 MIF(Multilateral Investment Fund)와 IDB(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 같은 국제금융단체도 동참해 100만 달러의 기금을 모아 프로젝트 때마다 2만5000달러씩을 지원하고 있다.

지 어드벤처스는 여행프로그램도 특별하다. 보고 즐기는 방법이 보통의 여행상품과 판이하다. 좀더 깊숙이, 좀더 가까이, 좀더 환경친화적이다. 그러다 보니 좀더 많이 걷고, 한 지역에 좀더 오래 머물며, 목적한 체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용시설을 활용한다. 이런 전문화를 위해 22개국 100여 곳의 여행목적지에 이 프로그램을 위한 전문오퍼레이터를 두고 있다. 특별한 체험관광지에는 전용 롯지(숙소)와 전용보트까지 갖추고 있다. 갈라파고스와 남극에선 그 전용보트로 여행한다.

지 어드벤처스는 지난 20년간 연평균 40%씩 성장해 왔다. 2008년 지구촌 경제위기 때도 지 어드벤처는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1억 달러에 사겠다는 제안도 거부해 더 유명해졌다. 지 어드벤처 여행프로그램의 참가인원은 평균 13명, 연령층은 18~24세(45%)가 가장 많은데 모든 연령층을 위해 7가지 스타일로 운영한다. 다른데서 볼 수 없는 특별한 서비스도 있다. 자연재해와 안전 상 문제만 없다면 반드시 출발한다. 개인사정으로 못갈 경우엔 예약금을 평생 보장해 주고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도 있다. 홀로 참가해도 추가요금은 받지 않는다. 이용자는 연간 10만 명이며 만족도는 99%라고 한다. 여행프로그램 중 네 종류에는 플래닛테라 재단의 지원을 받는 마을방문이 포함돼 있다. 가격은 프로그램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엔 지 어드벤처코리아(www.gadventures.kr 02-333-4151)를 두고 있다.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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