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만에 태극마크… 승희의 변신은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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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쇼트트랙서 빙속 전향 박승희
대표선발전 1000m 2위로 꿈 이뤄
1위 이상화 “코너링 등 배울 점 많다”
함께 출전한 언니 박승주는 7위 탈락


“기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네요.”

소치 겨울올림픽에 출전했던 국가대표 3남매(박승주, 박승희, 박세영)의 어머니 이옥경 씨(47)의 표정은 복잡했다. 30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전국 남녀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 여자 1000m에서 박승희(22·화성시청)가 1분21초16으로 2위를 기록했다. 1위를 차지한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1분19초18)에게 약 2초 뒤졌다. 전날 여자 500m에서 6위로 태극마크 획득에 실패한 박승희는 1000m 상위 2명에게 돌아가는 태극마크를 거머쥐었다.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쇼트트랙 2관왕에 올랐던 박승희는 8월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꿨다. 3개월이라는 짧은 준비 기간에도 박승희는 대표팀에 승선하는 기쁨을 맛봤다. 이날 함께 출전했던 언니 박승주(24·단국대)는 7위를 기록하며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어머니 이 씨는 “승주, 승희 모두 대표로 선발됐으면 좋겠지만 한 명이라도 대표가 돼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박승주와 박승희는 서로를 꼭 안으며 축하와 격려를 했다. 박승희는 “한 명이라도 선발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언니는 떨어지고 내가 대표가 돼 미안하고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실력이 부쩍 늘어난 것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인 박승주의 조언 덕분이었다. 쇼트트랙에 이어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태극마크를 단 박승희는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게 잘해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11월에는 국내에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이 열린다. 국내 팬들 앞에서 국제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 박승희에게는 큰 부담이다. 박승희는 “사실 올해는 힘들고 내년쯤 국가대표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더 배워야 하는데 선발이 됐다. 국제대회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죽을 각오로 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상화는 “박승희가 쇼트트랙 출신이어서 코너에서 확실히 잘 탄다. 나에게 배우고 싶다는데 나도 승희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박승희는 아직 국제대회 메달 획득이나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목표 하나는 있다. 박승희는 “등수보다 기록이 좋아질 수만 있다면 만족한다. 하루하루 발전하는 내 모습을 보기 위해 스피드스케이팅에 도전했다. 그런 만큼 오늘보다 내일 더 잘 타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박승주#박승희#이상화#스피드스케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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