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개헌 불지피기, 잃을게 없어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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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대표 한날 국회연설]지도부 연일 “골든타임” 강조
“靑과 각 세우기 나쁘지 않아” 판단… 분권형 개헌땐 국회 강화 계산도
일각선 “경제 부담… 역풍 불수도”

야당의 개헌 불 지피기가 계속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개헌 골든타임이 있다”며 운을 뗀 뒤 3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당내에선 개헌론자가 즐비하다. 대표적인 ‘개헌 전도사’인 우윤근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지원 정세균 문재인 의원 등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도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문 의원은 박 대통령이 국회의 개헌 논의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월권이고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야당이 개헌에 적극적인 배경에 대해 새정치연합의 한 3선 의원은 “개헌 필요성에 대한 국민과 국회의원들의 공감대가 마련된 것이 배경”이라며 “개헌 논의를 덮으려는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것이 야당에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언론사의 여론조사에 참여한 국회의원 249명 중 231명(92.8%)이 ‘개헌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문 위원장 등은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1987년 체제의 종식이 절실하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 문 위원장은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 “직선제 도입 이후 대통령들은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성공적이고 완벽했다고 모두가 인정할 만한 사례는 없었다”며 “이는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대통령제에선 100명 중 1, 2명만 완벽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제도적 결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문 위원장이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연내에 국회 개헌특위를 출범시켜야 한다”며 구체적인 시점을 제시한 것도 문 위원장의 임기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헌 드라이브’를 주도하고 있는 문 위원장과 우 원내대표의 임기는 각각 내년 2월, 5월까지다. 문 위원장 측 관계자는 “비대위원장 임기 내에 개헌특위를 출범시켜 개헌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명분론 이면에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분권형 개헌은 대통령 권한을 나누자는 것인데,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논의되든 국회 권한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의원들도 이 점을 알기 때문에 개헌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직 누구도 차기 대선 승리를 자신할 수 없기 때문에 여야가 권력을 나누는 분권형 개헌이 ‘윈윈’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 일각에선 개헌 이슈가 안고 있는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개헌이냐 경제냐’의 구도로 굳어지면 역풍이 불 수도 있다”며 “이젠 개헌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면밀한 추진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문희상#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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