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빅뱅… 야권 “이참에 중선거구제 도입” 목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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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선거구 획정 헌법불합치 결정]요동치는 정치권

“‘헌재발(發) 핵폭탄’이 떨어졌다.”

헌법재판소가 30일 국회의원 선거구 사이의 인구 차를 최대 3배까지 허용하는 현행 공직선거법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여의도 정치권은 벌집을 쑤신 듯했다. 이번 결정이 단순히 선거구 개편 논의에 그치지 않고 소선거구제와 대통령제를 바탕으로 하는 한국의 정치 지형 자체를 바꿔놓을 수도 있는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여야, 영·호남 지역 기반에 ‘충격파’

국회의원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지금의 3 대 1에서 2 대 1 이하로 바꾸라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선거구를 재편한다면 경북과 전남·북은 각각 4개의 지역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양당의 기반이 되는 영·호남에서 당내 이해관계의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해당 지역구 여야 의원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반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은 선거구가 10개 이상 늘어날 여지가 생겼다. 즉, 도시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늘어나는 대신 농촌 지역의 의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여야가 선거구를 다시 획정하는 과정에서 영·호남 지역에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선거구를 정하는 일)이 횡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온다.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선거구별 지역위원장 선정 작업을 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은 곤란한 표정이 역력하다. 내년에 선거구 자체가 대폭 바뀔 수밖에 없는데 기존 선거구에 따라 지역위원장을 결정하는 게 옳으냐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워낙 크게 선거구가 고쳐져야 한다”며 “일단은 현행 제도에 따라 결정하고 내년 전당대회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 선거구를 놓고 2016년 국회의원 총선을 준비해온 영·호남 지역의 예비후보자들도 상당수 허탈해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 선거구 개편이 아니라 정치권 개편 촉발 가능성

이번 결정이 단순히 선거구 개편 논의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 파급 효과가 현행 소선거구제의 중대선거구제 개편, 나아가서는 정계 개편과 개헌까지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헌재의 결정 직후 열린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긴급 대책회의에서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할 건지, 아니면 선거구 자체를 손볼 건지 기본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중대선거구제 등은 현행 소선거구제가 득표율에 따른 의석수를 반영하지 못하는 점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정치권과 학계에서 제시하는 대안이다. 소선거구제는 지금의 거대 양당제를 받치고 있는 기둥이다. 만약 소선거구제에 변화가 생긴다면 이는 양당제의 파괴, 제3정치세력의 출현을 의미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새정치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기존 양당체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대안으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제안했다. 선거구가 광역화되면서 선거구당 2∼4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소수 정당이 의석을 확보하고, 다당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권 안팎에서 논의되는 제3정당론이 힘을 받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개헌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헌재의 결정이 양당체제와 소선거구제, 그리고 87년 체제로 대표되는 현 대통령제에 대한 ‘이의 제기’로 볼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새정치연합 최재천 의원은 “정치권 자체가 정치 개혁과 정계 개편의 동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헌재 결정은 학계와 시민사회의 개헌 논의를 더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구 개편 논의 때문에 개헌 논의가 수그러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 입법 시한인 2015년 내내 진통 예상


헌재는 2015년 12월 31일까지 선거구 조정을 끝내라고 결정했다. 선거구 조정을 위해서는 여야가 정개특위를 구성해야 하고, 국회의장 산하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국회의원을 배제하고 구성되는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총선 날(2016년 4월) 6개월 전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만들어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다. 그 안을 바탕으로 정개특위에서 개정안을 확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헌재가 내년 말일로 선거구 조정 시한을 못 박았기 때문에 이를 맞추려면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적어도 내년 6월까지는 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민동용 mindy@donga.com·강경석 기자
#선거구 획정 헌법불합치#중선거구제#선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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