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쓴 간호사들 “에볼라 방호복 탈착훈련 한두차례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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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의료진 안전 이상없나

정부가 다음 달 서아프리카 에볼라 발생 국가에 국내 의료진 20명을 파견할 예정인 가운데 파견 의료진은 물론이고 국내 에볼라 관련 의료시설에 대한 안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에볼라 국내 발병에 대비한 국가 지정 격리병원은 전국에 17곳. 전문가들은 에볼라 의심환자가 치료받게 될 국내 격리병상들의 시설 수준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충분히 안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격리병원들은 호흡기 전파 감염병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음압병실을 갖추고 있다. 음압시설은 공기 중 미세입자를 빨아들여 병원균을 없애 의료진의 감염을 막아주는 장치다. 격리병상은 공기가 문 쪽에서 병실 안쪽으로 흐르게 설계됐다. 의료진이 병실에 들어갈 때 병원균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병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필터는 공기를 계속 빨아들이고 신선한 공기는 다시 주입한다. 병실에는 공기 중 미생물을 죽이는 UV라이트도 설치돼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국내 격리병상은 최신식은 아니지만 호흡기 전파 가능성이 낮은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운영 경험과 교육은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사표를 낸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들은 방호복 탈착 훈련이 부족하다는 점을 병원 측에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간호사들이 방호복에 묻은 에볼라 환자의 체액을 통해 감염된 사례에서 보듯 감염 예방을 위해 방호복의 탈착 훈련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을 알았던 간호사들이 “훈련이 부족해 매번 실수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방호복 탈착 훈련을 지난달 에볼라 태스크포스가 구성된 이후 한두 차례만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간호대학 교수는 “주사를 놓고 환자의 용변을 처리하는 등 간호사는 의사보다 감염 확률이 더 높다”며 “에볼라 같은 고위험 감염병에 대비해 방호복을 능숙하게 벗을 수 있으려면 최소 2주 이상 집중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측은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간호사들이 사표를 낸 이유는 그동안 누적된 피로감과 (예정된) 타 부서 파견에 대한 부담감이 더해진 종합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의료원 측은 에볼라 관련 근무를 한 간호인력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포상을 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다른 격리병원에서는 의료진의 별다른 동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격리병동 시설을 갖춘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때보다 전파력이 낮고, 병원들도 매뉴얼을 준수하고 보호 장비를 착용하면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한 의료원은 “의료진들 사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 때문에 불안해하는 기류는 아직 없다”며 “얼마 전 자체적으로 에볼라 대비 모의훈련도 하는 등 철저히 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전염병 발병 때마다 책임을 떠맡는 공공의료원에 대한 처우와 시설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간호사들에게 의료인으로서의 윤리를 강조하기에 앞서 공공의료원의 일원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끔 낡은 시설을 보완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유근형·최지연 기자
#에볼라 방호복#에볼라 바이러스#에볼라 의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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