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연금 개혁, 올해 안에 못 해내면 물 건너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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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의 처리 시점을 놓고 청와대와 여당 간에 미묘한 갈등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그제 비공개 당정청 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는 올해 말 안에 반드시 새누리당이 마무리해야 한다”고 새누리당 지도부에 주문했다. 그러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어제 “연내 처리는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반발이 거센 데다 야당의 협조를 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당 내에선 처리를 미뤄 내년 4월 임시국회 때 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말이 나온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그동안 공무원들의 조직적 저항에 부딪혀 번번이 실패했다. 정권 차원에서 작심하고 밀어붙이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일이다. 내년 4월로 법안 처리를 연기하면 박근혜 정부에서는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내년이면 박근혜 대통령 임기 3년차가 된다. 2016년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이라 여당이든 야당이든 공무원 표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야당의 협조는커녕 여당에서도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사라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개혁에는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는 시기가 있는 법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같은 ‘뜨거운 감자’를 처리하려면 대통령에게 힘이 주어지는 임기 초반에 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핵심 정책은 임기 1년 안에 추진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입법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1년 8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 업적이라고 할 만한 성과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어수선한 정국 탓도 있었지만 국민은 현 정부의 정책수행 능력을 의심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표가 떨어지더라도 공무원연금 개혁은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큰소리를 쳤다.

중요한 정책 사안을 놓고 청와대와 여당이 오락가락해서는 속도를 낼 수 없을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현재의 공무원연금 체계를 유지하려면 향후 5년 동안 18조4000억 원을 국민 세금에서 지원해야 한다. 언제까지 나라 곳간에서 연금을 퍼줄 셈인가. 더이상 세금이 투입되지 않는 방향으로 이번에야말로 연금 체계를 확실히 바로잡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공무원연금#김기춘#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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