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광표 기자의 문화재 이야기]호기심천국 박물관, 100배로 즐겨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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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유물 전시실서 하룻밤… 손전등 들고 보물찾기 탐험

강원 영월군 세계민속악기박물관에서 진행하는 ‘KB 박물관 노닐기-안녕 아시아, 악기야 놀자’ 체험 프로그램.
강원 영월군 세계민속악기박물관에서 진행하는 ‘KB 박물관 노닐기-안녕 아시아, 악기야 놀자’ 체험 프로그램.
유럽을 여행하게 되면 어디를 둘러보나요? 아마도 여행 일정의 절반 이상은 박물관 미술관 관람 또는 문화유적 답사일 겁니다. 유럽엔 박물관 미술관이 특히 많지요.

사람들은 박물관에서 과거를 만납니다. 옛사람들의 삶의 흔적이지요. 궁궐이나 전통사찰에서도, 고분에서도 문화재를 만나지만 가장 쉽게 그리고 아주 많이 문화재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역시 박물관입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우리나라 박물관(미술관 포함)은 700곳이 넘습니다. 생각보다 많지요. 전시관 기념관 문학관 등등을 합하면 1000여 곳이나 됩니다. 1990년대 이후 박물관이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나아지면서 옛것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는 것입니다. 이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입니다. 그래서 박물관 문화는 선진국 문화라고 할 수 있지요.

○ 박물관 노닐기

강원 영월은 물 맑고 산 깊은 곳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작은 도시에 24곳의 박물관이 있답니다. 동강사진박물관, 영월아프리카미술박물관, 호안다구박물관, 조선민화박물관, 인도미술박물관,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영월종교미술박물관, 김삿갓문학관…. 박물관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폐교 건물, 비어 있는 면사무소 등을 박물관 공간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최근 영월 지역의 박물관 몇 곳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인도미술박물관과 세계민속악기박물관에서 영월과 충북 제천 지역의 초등학생 중학생들을 만났습니다. ‘KB 박물관 노닐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었습니다. 이것은 한국박물관협회와 전국 곳곳의 박물관들이 KB국민은행의 후원으로 기획 운영하는 체험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인도 미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해하면서 마냥 즐거워했습니다. 인도의 신과 미술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인도의 의상을 입어보며 먼 나라 인도를 조금씩 배워 나갔습니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은 사뭇 진지했습니다. 이 박물관은 민속악기를 몸울림악기, 공기울림악기, 막(膜)울림악기, 줄울림악기로 분류해 놓은 것부터 참신했습니다. 어린이들은 세계 각국의 전통 악기를 보고 놀라워했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 몽골과 서양 등지의 현악기 줄을 명주로 만드는지, 말총으로 만드는지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곤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악기에 따라, 악기의 재료 하나에도 그 역사와 문화, 습관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뿌듯한 표정들이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인도네시아의 전통 악기 오케스트라로 함께 연주하는 시간까지 가졌습니다. 살아 있는 교육 현장이었습니다.

○ 박물관은 살아 있다

전남 나주시 국립나주박물관의 ‘1박 2일 달빛역사기행’ 프로그램. 뒤로 보이는 것이 마한시대의 대형 고분들이다. 국립나주박물관 제공
전남 나주시 국립나주박물관의 ‘1박 2일 달빛역사기행’ 프로그램. 뒤로 보이는 것이 마한시대의 대형 고분들이다. 국립나주박물관 제공
주변을 둘러보면 박물관에서 이뤄지는 체험교육 프로그램이 참 많습니다. 요즘엔 어린이 인문학의 현장으로 각광을 받기도 합니다. 박물관 전시실이야말로 인문학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유물들로 가득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박물관을 두고 ‘학교 밖의 학교’라고 부른답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지방의 국립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을 비롯해 공립 박물관들은 찾아가는 박물관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대형버스 내부를 박물관으로 꾸며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가는 것이지요. 움직이는 박물관인 셈입니다.

요즘엔 한발 더 나아가 박물관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체험하는 프로그램까지 생겼습니다. 국립경주박물관이 진행하는 ‘박물관에서 1박 2일’은 여름방학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박물관 전시실에서 하룻밤을 묵는 놀라운 체험이지요. 그야말로 영화 ‘박물관은 살아있다’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내용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큐레이터들이 박물관과 전시 유물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은 기본입니다. 보물창고라 할 수 있는 수장고에도 들어가 보고, 밤에는 전시실에서 손전등을 들고 보물찾기도 합니다. 그러곤 전시실 안에서 문화재와 함께 잠을 잡니다. 저 수천 년 전 신라의 유물 옆에서 잠을 잘 수 있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그 아이들은 과연 무슨 꿈을 꾸었을지.

국립나주박물관에도 주말 1박 2일 체험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박물관 경내의 캠핑카와 텐트에서 잠을 잡니다. 낭만적이지요. 박물관 전시실을 돌면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고 밤에는 옛날 순라군(巡邏軍)이 다녔던 등을 들고 인근 마한(馬韓)시대의 대형 고분들을 둘러봅니다. 고분을 보며 고고학자들과 대화를 나눈다니, 상상만 해도 가슴 설레지 않습니까?

단풍이 깊어가는 이 가을, 주변의 박물관을 둘러보세요. 전시 유물은 물론이고 흥미롭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국립경주박물관 1박 2일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한 초등학생의 소감이 재미있네요.

“몇백 년 전 물건들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 우리가 옛날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나중에, 수천 년 뒤에 내가 쓰던 물건들도 발굴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내 물건들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장면을 상상하여 보았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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