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내 가족 심장이 멈춘다면… ‘기적의 4분’에 달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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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심폐소생술 보급 확대 나서

6월 29일 밤 12시가 가까운 늦은 시간. 서울 영등포구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김모 씨(63)는 머리를 식히려고 옥상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동료 웨이터인 최모 씨(59)가 홀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던 것. 급히 흔들어 깨웠지만 숨도 쉬지 않았다. 김 씨는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한 손으로는 최 씨의 가슴을 압박했고, 한 손으로는 휴대전화를 꺼내 119에 다급히 신고했다. 마침 동료들이 올라와 119구급대원의 전화 지시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돌아가며 실시했다.

당시 쓰러졌던 최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고 현재는 회복돼 예전처럼 나이트클럽에서 일하고 있다. 동료를 구한 김 씨는 “사고 얼마 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이 전화를 해 ‘장례는 잘 치렀느냐’고 하기에 ‘무슨 소리냐. 살았다’고 얘기를 해줬다”며 웃으면서 말했다.

보기 드문, 운이 아주 좋은 사례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비율은 1.4%에 불과하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30% 이상에 비해 턱없이 낮다. 최초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살아날 확률이 12.2%이지만, 실시하지 않으면 병원으로 옮겨도 고작 2.8%만 목숨을 살릴 수 있다. 특히 심장이 정지된 후 1분 내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생존율은 97%로 올라간다. 4분 내에 실시하면 뇌손상을 막을 수 있다. 이렇기에 심정지(심장이 멈춰 혈액 공급이 멈춘 상황) 사고 발생 후 4분은 ‘기적을 일으키는 4분’이라 불린다.

서울시가 우리 주변의 기적을 많이 만들기 위해 심폐소생술 보급 확대 사업을 실시한다. 육류 위주의 서구화된 식습관 확대 등으로 우리나라의 심정지 사고 발생은 2008년 10만 명당 41.4명에서 지난해 46.3명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심폐소생술 방법은 아직 우리에게 낯설다.

서울시는 당장 올해 시즌 개막한 프로농구, 프로배구 경기 전후에 선수와 치어리더, 소방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알리는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내년 시즌 프로야구에서도 심폐소생술 행사가 열린다. 2000년 4월 18일 LG와의 잠실경기에서 경기 도중 급성 심정지로 쓰러졌다가 2010년 세상을 뜬 롯데의 고 임수혁 선수를 기려 4월 18일을 ‘임수혁의 날’로 정해 잠실경기장에서 심폐소생술 관련 이벤트를 연다. 23일에는 시 신청사에서 처음으로 ‘고등학생 심폐소생술 경연대회’를 연다. 심폐소생술 방법을 담은 동영상과 안내 책자의 보급을 확대하고, 각 소방서에는 심폐소생술 상설교육장이 설치된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심정지 사고 발생 후 최초 목격자가 신고하는 데 평균 5분, 구급대가 도착하기까지 평균 7, 8분이 소요되는 만큼 물리적으로 심정지 피해를 막기 위한 ‘황금 시간’을 놓치기 쉽다. 심정지 사고의 60% 이상이 집에서 발생하는 만큼 가족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 방법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매주 금요일 서울시내 23개 소방서에서 ‘열린 심폐소생술 교육’ 행사가 열린다. 별도 예약 없이 당일 오후 1∼6시 소방서를 방문하면 무료로 교육 받을 수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서울시#심폐소생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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