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경규]‘쌀 산업 위기’ 가공식품 수출로 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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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규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
김경규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
82만 ha, 70만 가구, 8조5000억 원. 첫째는 우리나라 벼농사 면적이다. 전 국토의 약 8%를 차지한다. 둘째는 벼농사를 짓는 가구 수이다. 비농업 분야를 포함해 단일 품목(업종) 중 가장 많을 듯싶다. 셋째는 생산된 쌀을 시장 가격으로 계산한 수치로 매출액에 해당한다.

107kg에서 67kg으로 우리 국민 1인당 1년간 밥쌀 소비량이 지난 20년간 40kg 줄었다. 무엇이 그 자리를 차지했을까? 같은 기간 쇠고기,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합한 일인당 육류 소비량은 27.4kg에서 42.7kg으로 늘었다. 소득과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동물성 단백질 소비의 증가이다. 특이한 것은 같은 기간 밀가루 소비량은 탄수화물 논쟁에도 불구하고 33kg으로 전혀 줄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가 줄면 백약이 무효이다. 지금과 같은 쌀 소비 감소 추세라면 매년 여의도 면적의 19배에 해당하는 벼 재배 면적을 줄여 나가야 한다. 아니면 몇 년 지나 온 나라 창고가 쌀로 넘쳐날 것이다. 쌀 관세화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심각한 우리 쌀 산업의 당면과제이다.

‘맛있는 밥, 간편한 밥, 건강한 밥’은 익숙한 표현이나 우리는 여기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즉석밥, 컵밥, 삼각김밥 등은 바쁜 현대인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간편한 밥의 사례이다. 밥알이 살아 있고 윤기가 흐르는 맛있는 밥을 집에서뿐만 아니라 식당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외국의 한 연구소는 70년째 ‘쌀 다이어트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쌀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통념을 깼다. 노화 억제, 빈혈 예방, 어린이 성장 발육에 도움이 되는 쌀 등 다양한 기능성 쌀 품종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흰쌀밥이 ‘설탕 덩어리’라는 누명을 벗고 식탁의 주인공으로 복귀하기 위한 열쇠이다.

쌀 1745t, 쌀 가공품 8800t(쌀로 환산). 지난해 우리가 수출한 쌀의 양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쌀 수출을 확대하려면 쌀과 함께 부가가치가 큰 다양한 쌀가공품을 만들어 한류의 스토리텔링을 입혀야 한다. 1999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통곡물(whole grain)이 51% 이상 함유된 제품에 ‘암과 심장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표시를 허용한 바 있다. 최근 웰빙 식품계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통곡물 형태의 쌀과자나 가공밥, 곡물조제품 등 현지인의 입맛에 맞춘 수출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는 부가가치가 큰 쌀가공식품 수출 확대를 위해 ‘쌀가공식품 수출지원 추진단’을 구성해 민간의 수출을 적극 뒷받침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 쌀의 경쟁 대상은 다름 아닌 현재 거울에 비친 우리 쌀의 모습이다. 우리 쌀 산업의 도약을 위해서 농업인, 수출기업, 정부 등 관련 분야 종사자 모두의 힘과 지혜가 필요하다.

김경규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
#쌀#소비량#수출#쌀 가공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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