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2 판교 참사 예고하는 도심 속 ‘시한폭탄’ 환풍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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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명의 생명을 앗아간 판교 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 참사는 행사 진행자나 관람객들이 안전에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인재(人災)였다. 17일 공연에서 걸그룹 ‘포미닛’이 무대 위에 올라 공연을 시작하기 직전에 사회자는 3, 4차례에 걸쳐 “위험하니 내려와 달라”며 지하 주차장의 환풍구 위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 경고 방송을 했다. 그러나 관람객들이 아랑곳하지 않자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행사를 그대로 진행하는 바람에 사고를 불렀다.

공연 시작 10분여 만에 환풍구의 철판 덮개가 환풍구 위에 있던 사람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휘어져 아래로 떨어지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주최 측이 환풍구 위에 몰려 있는 관람객들에게 “내려오지 않으면 공연을 시작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요구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었다. 공연 현장에 안전요원은 없었지만 무대 쪽의 진행요원들이라도 보내 조치를 취한 뒤 공연을 했다면 사고를 막았을 것이다. 행사 진행 측의 방심과 관람객의 안전의식 부재가 부른 참사다.

사고가 난 환풍구는 지상에서 건물 지하 4층 주차장까지 뻥 뚫려 있다. 많은 사람이 올라가 덮개가 무너지면 깊은 곳으로 추락해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다. 하지만 건물의 지하 주차장 환풍구는 어느 정도 무게를 견디도록 설치해야 하는지 안전 규정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환풍구 시설을 부실하게 만들어도 규제할 방도가 마땅히 없고, 설치 및 건설업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기 어렵다. 시공업자가 알아서 공사를 적당히 해도 그만이다. 대도시에는 지하철이나 지하 주차장과 연결되는 환풍구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환풍구 덮개 주변에 시민의 접근을 막는 안전시설과 위험 표시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재발을 막으려면 환풍구의 안전 규정부터 시급히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판교 테크노밸리 축제는 야외 공연이어서 주최 측이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지 않고 행사를 진행했다. 옥내 공연은 물론이고 야외 공연에 대한 안전 매뉴얼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 그제 아이돌그룹 ‘블락비’ 공연장에선 진행자가 지속적으로 안전을 당부하고 관람객들도 호응해 질서정연하게 진행됐다. 공연장이든 경기장이든 스스로 위험한 행동을 자제하고 규칙을 지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판교 테크노밸리#환풍구#안전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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