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승승장구 이 회사, 직원 절반이 60세 이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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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만 고용합니다/가토 게이지 지음 이수경 옮김/228쪽·1만3000원·북카라반
日 중견 제조업체 ‘가토제작소’

가토제작소에서는 기술이 뛰어난 노인 직원들이 직접 관련 교과서를 만들어 다른 직원들을 가르치는 대장장이 학교를 운영 중이다. 북카라반 제공
가토제작소에서는 기술이 뛰어난 노인 직원들이 직접 관련 교과서를 만들어 다른 직원들을 가르치는 대장장이 학교를 운영 중이다. 북카라반 제공
일본의 중견 제조업체인 가토제작소엔 60세 이상의 사람들을 따로 채용하는 제도가 있다. 전체 직원 100명 중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이다. 공업용 프레스 등을 이용해 철판을 가공하는 거친 작업에도 이들이 투입되고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을 채용한 건 순전히 사업적인 필요 때문이었다. 2001년 당시 전무이사였던 창업자 4세 가토 게이지는 주말에 공장을 쉬어야 하는 게 불만이었다. 어느 날 지역 내 연금 생활자 중 절반 이상이 연금만으로는 생활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봤다. 그는 보살펴줄 가족이 없는 고령층이라면 월급을 많이 주지 않아도 주말에 일하러 나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곧 60세 이상의 ‘의욕 있는 사람’을 뽑는다는 내용의 전단지 2만 장을 찍었고 지역 신문에 끼어 배포했다.

전단지를 배포한 그날 오전 7시부터 전화벨이 울렸다. 첫날 문의 전화 30건이 들어왔고 최종적으로 100명이 응모했다. 면접을 거쳐 15명이 선발됐다. 이 중 평생을 증권사 책상에서 근무한 사람만 실무 교육 도중에 포기했고, 나머지 14명은 공장 일에 적응했다.

가토제작소의 사례는 고령자 채용의 모범 사례로 일본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에 잘 알려져 있다. 한국 언론에도 몇 차례 보도된 바 있다. 2004년 사장에 취임한 가토는 직접 쓴 이 책에서 고령층 채용 프로그램의 성공 비결을 낱낱이 밝혔다.

우선 고령층 채용은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가 아니라 수익을 내기 위한 절박한 목적에서 시작했다. 가토제작소의 고령 노동자는 시간당 800엔, 약 8000원 정도를 받는다. 일본에서 최저임금에 가까운 금액이다. 상여금도 안 준다. 1기 14명의 임금 총액은 기존 직원 1.3명치에 불과했다. 하지만 임금이 적어도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다.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해도 불평하지 않는다. 그러니 회사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고령자들은 아무래도 힘이 떨어지고 눈도 어두워서 실수가 많다. 관리자가 지도할 때도 나이를 따지다 서로 감정 상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젊은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때마다 가토 사장은 설득에 나섰다. 저임금의 고령층 직원들 덕분에 회사 수익성이 좋아졌고 그게 결국 모두의 이익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실적 향상이 눈에 보이자 직원들의 불만도 쑥 들어갔다.

기업 문화도 잘 맞았다. 1888년 창업한 가토제작소는 원래 보수적이고 인화단결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었다. 예를 들어 아침마다 직원들에게 집단 체조를 시키고 간부직원들에게 화장실 청소를 시킨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는 인사성과 자세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이런 ‘올드’한 문화였기 때문에 나이 많은 직원들도 쉽게 조직에 녹아들 수 있었다.

가토 사장은 은퇴자에게 재취업의 기회를 제공했지만 특별대우를 해주진 않았다. 회사에 기여하는 만큼만 월급을 줬다. 면접도 까다롭게 봤다. 그는 ‘노인’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도 싫어했다. 나이에 상관없이 사람을 철저히 능력과 실적으로 평가하는 문화, 가혹해 보이지만 여기에 어쩌면 수명 100세 시대 인력 불균형 문제의 해답이 있는지도 모른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60세 이상만 고용합니다#가토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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