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수식 하나가 나오기까지 수많은 논쟁… 수학도 문학처럼 거대한 사유의 산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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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는 수학 때문에 미쳤다’ 펴낸 김용관씨

대안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저자 김용관 씨. 그는 문학과 수학을 접목해 수학의 다양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했다. 김용관 씨 제공
대안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저자 김용관 씨. 그는 문학과 수학을 접목해 수학의 다양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했다. 김용관 씨 제공
공대를 나와 시민단체에 들어간 저자는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NGO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선배의 추천으로 우연히 접한 책 한 권이 그의 삶을 바꿨다. 이진경 교수의 ‘수학의 몽상’. 근대 수학사를 철학적 관점에서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다. 입시교육을 통해 지겹게 훈련받은 공식과 문제풀이에서 벗어나 ‘수학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대안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며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학교에서 ‘수냐’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수냐는 인도어로 ‘0’을 뜻하는데 새롭게 수학을 해석하려는 그의 의지가 담겼다. 이번 신간은 그리스 신화부터 성경을 거쳐 해리포터까지 다양한 문학작품에 비친 수학의 실루엣을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하필 문학에서 수학을 끄집어낸 이유가 뭔가.

“일반인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동시에 수학을 색다른 시선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문학을 생각해냈다. 문학 이야기와 연관된 역사적 맥락과 철학적 흐름도 간간이 집어넣었다. 수학책에서 문제풀이나 수식만 접해온 사람들에게 여태껏 접해보지 못한 것을 보여줘 수학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전하고 싶었다.”

―수학이 왜 매력적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독자가 많다.


“수학은 수식이기 이전에 거대한 사유의 흐름이다. 문학에서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와 수학적 사유가 통하는 지점이 있다. 하나의 증명이나 수식이 나오기까지는 그 전에 수많은 논쟁과 사건들이 있었다. 이 과정이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수학의 최종 결과물은 그 어떤 분야보다 간단명료하다.”

―당신은 만물을 수학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는가.

“오히려 그런 입장을 반대한다. 어떤 영역도 수학으로 풀 수 있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다. 수학으로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다. 나는 오히려 수학이 건드리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에 더 관심이 많다.”

―교사로서 지금 수학교육에 갑갑한 점은 없나.

“문제풀이나 계산 위주의 현 수학교육이 모두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걸 즐기는 아이들도 분명 있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그런 식으로만 공부하도록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수학이 지적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공감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돈키호테는 수학 때문에 미쳤다#수학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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