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지휘자도 악보도 볼 필요없는 오케스트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인천 혜광 시각장애 오케스트라
“모두 열성적으로 연습참여… 조만간 전문음악가 나올듯”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인천혜광학교 오케스트라단이 정기공연과 2014 장애인 아시아경기 전야제 연주회를 앞두고 11일 교내 체육관에서 연습에 한창이다. 2011년 창단된 이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악보를 모두 외워서 연주한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인천혜광학교 오케스트라단이 정기공연과 2014 장애인 아시아경기 전야제 연주회를 앞두고 11일 교내 체육관에서 연습에 한창이다. 2011년 창단된 이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악보를 모두 외워서 연주한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잘 들리나요? 자, 일어서서 관객들에게 경례합니다. 다음에 클라리넷 들어옵니다.”

11일 인천 부평구 경인로 769번길 시각장애특수학교 인천혜광학교 체육관(삼애관)에서 가슴에 핀 마이크를 단 지휘자가 지휘봉 대신 입으로 지휘를 하고 있었다. 인천 혜광 시각장애오케스트라단의 풍경이다. 이들은 악보 없이 악기를 연주하는 시각장애 단원 5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단원들은 한쪽 귀에 이어폰을 끼고 지휘자 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오케스트라단은 다음 달 11일 오후 7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제4회 정기연주회를 연다. 또 단원 중 15명으로 편성된 현악앙상블팀은 18일 개막하는 2014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 전야제 무대에 선다. 17일 저녁 인천종합문예회관 야외광장에서 펼쳐질 성화 안치식 때 30분간 오보에 플루트 클라리넷 등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줄 예정이다.

시각장애오케스트라는 3년 전 창단했을 당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혼합 연주단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순수 시각장애인 연주단으로 재편됐다. 혜광학교 초중고교 재학생과 졸업생이 주축이며 시각장애 교사 10여 명이 가세했다. 지휘자 박기화 씨(49)는 “단원들이 장애가 있음에도 모두 연습에 열성적으로 참여해 조만간 전문 음악가가 탄생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들은 매주 화 목요일 두 차례 방과 후 수업시간을 통해 2시간가량 악기별 연습을 하고 있다. 플루트 담당인 김미순 양(14·중2년)은 “잠자는 시간만 빼고 생활 전체가 음악뿐”이라고 말했다. 주변에선 그를 ‘열정 미순’ ‘삶 자체가 음악인 학생’이라고 부른다. 어릴 때부터 학교 내 복지시설에서 자란 김 양은 “음악이 ‘너무 좋다’는 것 외에 덧붙일 말이 없다”며 수줍게 웃었다.

다음 달 정기연주회의 주제는 ‘소통 속 공감’. 세대 간 화합을 위해 ‘아빠 힘내세요’ ‘뽀로로’ 등 동요 메들리를 들려주기로 했다. 시각장애 연주단과 비장애인인 인천예술고교 합창단의 협연이 마련된다. 남북 통일의 염원을 담은 가곡 ‘그리운 금강산’과 ‘우리의 소원’ ‘아리랑’ ‘애국가’를 혼합 편곡한 ‘통일의 노래’를 연주한다. 학교 측은 이 곡이 국내에서 초연되기 때문에 편곡자 손정훈 씨로부터 악보를 직접 전달받았다. 이석주 혜광학교 교감은 “악기 구입 등 외부 도움을 받아 오케스트라단이 운영되고 있다. 정기연주회는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이웃과 소통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연주회에 앞서 17일 교내에서 시각장애인 난방비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를 연다. 한화생명의 후원으로 먹을거리 장터와, 안마 등 건강체험 코너도 마련된다. 032-522-8345, ichk.sc.kr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