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기]고마워, 연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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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종합 예선 3종목 마치고 1위 확정했지만
곤봉서 동료들 위해 혼신의 연기로 단체전 銀
사상 첫 메달… “4년전 혼자 銅 따 미안했어요”

손연재가 1일 인천 아시아경기 리듬체조 단체전 겸 개인 종합 예선에서 곤봉을 머리 위에 올리고 경쾌하게 스텝을 밟고 있다. 손연재는 이날 곤봉, 볼, 리본, 후프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인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손연재가 1일 인천 아시아경기 리듬체조 단체전 겸 개인 종합 예선에서 곤봉을 머리 위에 올리고 경쾌하게 스텝을 밟고 있다. 손연재는 이날 곤봉, 볼, 리본, 후프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인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웃고 있지만 웃는 것이 아니었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0·연세대)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리듬체조 개인종합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메달이었다. 시상대에 선 손연재의 표정은 기쁨과 아쉬움이 섞여 있었다. 금메달을 못 따서가 아니었다. 앞서 열린 단체전에서 일본에 불과 0.6점 뒤져 4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손연재는 아쉬움과 분함에 펑펑 울었다. 손연재는 “개인 메달보다 단체전 메달을 더 따고 싶었다.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4년 뒤 손연재는 그 미안함을 은색 메달로 갚았다. 손연재, 김윤희(23·인천시청), 이나경(17·세종고), 이다애(20·세종대)로 이뤄진 한국 리듬체조 대표팀은 1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아경기 단체전 겸 개인종합 예선에서 총점 164.046점으로 우즈베키스탄(170.130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단체전 메달이다.

손연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손연재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발휘하며 볼(17.883점), 후프(17.850점), 리본(17.983점), 곤봉(18.016점) 4종목 모두 1위를 기록했다. 라이벌 덩썬웨(22·중국)는 볼(17.550점), 후프(17.633점), 리본(17.300점), 곤봉(17.700점) 4종목 모두 손연재에 못 미쳤다. 손연재는 “개인 메달도 중요하지만 한국 리듬체조 최초로 단체전 메달을 따서 정말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1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리듬체조 단체전 시상식에서 김윤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눈물을 흘리자 이다애(왼쪽에서 두 번째)가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왼쪽은 손연재, 오른쪽은 이나경. 인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리듬체조 단체전 시상식에서 김윤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눈물을 흘리자 이다애(왼쪽에서 두 번째)가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왼쪽은 손연재, 오른쪽은 이나경. 인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사실 손연재는 3종목을 마쳤을 때 이미 개인종합 예선 1위로 결선 진출을 확정했다. 상위 3종목 점수만 합쳐 순위를 매기기 때문이다. 2일 결선을 위해서라도 체력을 아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종목인 곤봉에서 더욱 최선을 다하며 이날 최고 점수를 만들어냈다. 손연재는 “경기에 들어서기 전 내 점수에 따라 메달이 결정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더 긴장했고 그 어느 때보다 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경기 뒤 손연재를 향해 동료들은 “손연재 덕분이다. 고맙다”고 입을 모았다. 마음의 부담을 털어낸 손연재는 2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개인종합 금메달을 노린다. 한편 맏언니 김윤희도 9위로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손연재 표현력 세계 최고… 금메달 의심 않는다”▼
5년째 안무 맡아온 드미트로바


“현재 실력이라면 금메달은 충분합니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0·연세대)가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하는 데 있어 특급 도우미가 한 명 있다. 안무가인 루드밀라 드미트로바(59·불가리아·사진)다. 2010년부터 그는 손연재의 장점에 맞는 안무를 짜왔다. 올해 안무는 아시아경기를 위해 표현력과 높은 난도에 비중을 뒀다. 리듬체조에서 그의 명성은 최고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예브게니야 카나예바(러시아), 런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다리아 드미트리에바(러시아) 등 세계적 선수의 안무가로 활동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의 안무만 맡아 온 그는 손연재의 가능성을 보고 5년째 안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손연재는 세계 최고의 러시아 선수들보다 우아함과 표현력이 뛰어나다. 특히 다양한 표정 연기는 심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경기는 손연재가 아시아 최고임을 확인하는 자리다. 많은 리듬체조 관계자는 런던 올림픽부터 손연재가 아시아 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그는 당연히 손연재가 개인종합에서 금메달을 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손연재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손연재가 아시아경기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긴장하지 말고 실수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리듬체조#손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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