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 기업부담 고려 ‘장기 플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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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의 부메랑]
선진국 정년연장 안착 사례… 獨, 65→67세 18년간 단계 적용
日, 65세로 늘리면서 임금 조정… 유럽선 연금체계와 동시개편 많아

한국에 앞서 고령화를 겪은 선진국들의 상당수는 이미 정년을 65세 이후로 늦췄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이들은 기업들이 과도한 부담 때문에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등의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장기간의 준비를 거쳤다.

한국과 비슷하게 근속연수에 따라 월급이 오르는 임금체계를 갖춘 일본은 2006년에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개정해 60세였던 정년을 65세로 늦췄다. 다만 정년연장은 단계적으로 시행해 2006년에 62세, 2007년 63세, 2010년 64세를 거쳐 지난해 4월부터 65세 정년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20년 전인 1994년에 정년 60세를 법제화할 때에도 제도 시행을 1998년까지 4년간 유예했다.

특히 일본은 정년을 65세로 늦추면서 기업들이 정년연장과 함께 ‘계속 고용제도’와 ‘정년 규정 폐지’ 등 세 가지 제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계속 고용제도는 일단 60세가 된 근로자를 퇴직시켰다가 재고용해 임금을 60세 전에 받던 금액의 60∼70%로 줄이는 방식으로 임금피크제와 비슷하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의 대부분은 정년을 늦추는 대신 계속 고용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정년연장이 연금체계 개편과 함께 이뤄진 사례가 많다. 대부분의 국가가 법정 정년이 연금수급 시기와 같기 때문이다. 독일은 2006년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2년 늦추되 실제 제도시행 시기는 2012년으로 5년간 유예해줬다. 또 정년도 단계적으로 연장돼 2012년부터 2024년까지는 매년 한 달씩 정년을 늦추고 2024년부터는 두 달씩 연장해 67세 정년은 2029년부터 적용되도록 했다. 기업과 근로자들이 정년연장을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한 스페인 역시 2013년부터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정년을 늘리고 있다. 영국은 2011년에 정년제도를 아예 폐지했다. 1980년대부터 이미 근속연수 대신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가 자리를 잡은 데다 퇴직 전에 근로시간과 임금을 줄이는 ‘유연퇴직제도’를 도입한 기업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정년 60세를 의무화한 고령자 고용촉진법이 통과된 뒤 제도시행까지 준비기간이 2년여에 불과하다. 임금피크제 도입 의무화 등 임금체계 개편은 아예 빠져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연공서열형 임금제도가 선진국에 비해 훨씬 강한 만큼 준비기간이 더 필요한데도 정년연장을 의무화하면서 임금조정과 연계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종=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정년연장#선진국#임금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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