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개념 있는 ‘꽃청춘’~ 유연석을 제보하다

  • 우먼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일 20시 05분


코멘트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해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이어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에 출연하며 다정한 인간적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유연석. 최근 영화 ‘제보자’를 통해 연기 변신에 나선 그를 ‘완전체 호감남’으로 제보한다.

10월 2일 개봉하는 영화 ‘제보자’는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은 ‘줄기세포 스캔들’을 모티프로 했다.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2005년 대한민국을 ‘멘붕’에 빠뜨린 그 사건이 떠오르지만 영화를 만든 임순례 감독은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으나 내용은 픽션”임을 강조한다. 당시 청와대까지 연루된 대형 스캔들을 소재로 한 내용 탓에 제작 준비 과정에서 투자자 유치에 난항을 겪은 영화는 관객에게 묻는다. “국익과 진실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영화 속 인간 배아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은 국익보다 진실을 택한 줄기세포연구팀장 심민호(유연석)의 제보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줄기세포는 하나도 없습니다. 증거는 없습니다. 그래도 제 말을 믿으시겠습니까?”라는 그의 말은 진실 파헤치기가 취미요, 특기인 시사 프로그램 PD 윤민철(박해일)의 본능적 감을 일깨운다.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언론의 사명을 환기시키는 영화는 배우 유연석(30·본명 안연석)을 재발견하는 기쁨을 덤으로 안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와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이하 ‘꽃청춘’)을 통해 ‘완소남’으로 거듭난 그가 보여준 섬세한 내면 연기는 박해일의 그것에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게 한다.
뽀얀 얼굴과 운동으로 다져진 듯한 다부진 체구, 감각적인 옷차림에 상냥한 매너까지. 유연석의 첫인상은 ‘응사’ 칠봉이에 가까웠지만, 사소한 질문도 흘려듣지 않고 묻는 이의 의중을 꿰뚫는 적확한 답변을 내놓을 땐 ‘제보자’ 심민호가 오버랩됐다.
‘롤 모델’ 박해일과의 호흡 짜릿하고 행복해
‘제보자’에 출연한 계기는.
‘응사’가 끝나갈 무렵 출연을 결정했는데 내 나이에 감당하기 힘들 만큼 내적 갈등이 심한, 칠봉이와는 사뭇 다른 캐릭터여서 끌렸다. 칠봉이 이미지를 벗고 연기 변신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도전했다. 내가 가장 늦게 캐스팅됐는데 배우로서 롤 모델로 생각해온 박해일 선배와 연기 호흡을 맞춘다는 것도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박해일 씨는 물론 줄기세포 스캔들을 일으킨 이장환 박사 역의 이경영 씨와도 촬영하면서 막역해졌다고 들었다.
“함께 찍는 장면이 많다 보니 절로 돈독해졌다. 박해일 선배와는 영화 ‘늑대소년’ 이후에 사석에서 본 적이 있다. ‘팬심’으로 가서 대화를 나누면서 함께 작업하면 얼마나 좋을까 했었는데 꿈이 실현돼 기뻤다. 좋아하던 배우와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에너지를 나누고, 눈을 마주치며 호흡하는 과정이 짜릿하고 행복했다. 또 이경영 선배님과는 ‘제보자’ 이후 ‘은밀한 유혹’이라는 영화도 같이 찍었다. 두 분 모두 편하게 연기하게끔 해주시고 진솔한 이야기도 들려주시고, 연기 열정이 대단해 보고 배운 게 많다. 작품 내용은 무거웠지만 팀 분위기는 따뜻하고 화목했다. 임순례 감독님께 ‘엄마’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응사’에 출연하던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 ‘제보자’ 촬영이 시작되기 전까지 작품 준비를 하면서 가장 집중한 일은 아픈 딸을 가진 아빠의 감정을 체득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관련 다큐멘터리 영상과 육아 프로그램들을 찾아봤다는 그는 “박해일 선배에게 비슷한 또래 아이가 있어 이들 부녀의 모습을 보면서도 힌트를 얻었다”며 웃었다. 또 줄기세포 연구 과정을 숙지한 후에는 수의대 연구원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일에 주력했다. 평소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은 그에게 또 다른 만족감을 안겨줬다.

마음 끄는 매력의 소유자가 이상형
3월 ‘제보자’ 촬영을 끝낸 후 그는 영화 ‘은밀한 유혹’과 ‘상의원’을 연달아 찍고 나서 ‘꽃청춘’에 바로 합류했다. 지난 1년간 쉴 틈이 없었음에도 그의 몸은 단단한 근육질이었고, 피부 트러블도 보이지 않았다. 비결이 있을까.
“바빠도 틈틈이 운동을 하는데, 몸을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많이 움직이려고 해요. 특히 2009년 ‘드림’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복싱을 시작했는데 제게 잘 맞아 계속하고 있어요.”
‘꽃청춘’에서 주위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엄마처럼 살뜰하게 챙기는 모습이 화제를 모아 ‘국민 호감’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오지 않더냐고 물으니 “그냥 나”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는 “‘꽃청춘’을 촬영한 일주일 동안 온전히 자연인 안연석으로 지냈다”며 “이토록 반응이 좋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인기를 실감하겠다.
많은 분이 좋아해주니 감사하고 가슴 벅차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과 기대가 달라지면 변하기 쉬운 게 사람 아닌가. 스스로 변하지 않으려고 인기를 늘 경계해왔다. 그 덕분에 데뷔 때 초심을 지난 10년 동안 지킬 수 있었다. 지금도 주위에서 나를 달리 보는 것이지 난 변한 게 없다. 작품에 임하는 태도나 마음가짐도 예전 그대로다.

기억에 남는 팬을 떠올린다면.
얼마 전 팬 미팅에서 만난 팬들이 생각난다. 그들은 날 울렸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그 흔한 노래에 마음이 녹아내렸다. 팬들이 합창했는데 그분들의 마음이 온전히 느껴지면서 행복감이 밀려왔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의 순간을 지금도 내 마음이 기억한다.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뮤지컬이나 연극에 도전할 의향이 있나.
몹시 하고 싶은 장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학예회에서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고, 은연중에 무대를 동경해왔다. 관객과 소통하며 연기하는 느낌이 좋다. 무대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 같다. 대학 시절 공연할 때도 배우로서 얻은 게 많았다. 기회가 오면 하고 싶다.

10년 후 자화상을 그려본다면.
그때도 연기를 하고 있을 거다. 연기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외모는 좀 더 중후해지지 않았을까. 아니면 관리를 잘해서 동안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옆에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결혼도 하지 않았을까. 마흔 살을 넘어서까지 솔로이고 싶진 않다.

이상형이 있나.
외모로는 이상형을 갖고 있진 않다.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아도, 특별히 예쁘게 생기지 않았어도 끌리는 사람이 있다. 나를 끌리게 하는 매력을 가진 사람이 좋다. 하지만 첫눈에 반한 사람은 아직 없다.

글·김지영 기자|사진·박해윤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