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전사 vs 女전사… 한발 앞선 호세프, 결선땐 예측불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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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선 D-4… 치열한 접전
룰라 前대통령 지지 끌어낸 호세프… 막판 뒷심 발휘, 지지율 역전 성공

“게릴라 여전사(호세프)냐, 아마존 여전사(시우바)냐.”

5일 치러질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 브라질노동자당(PT)의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과 마리나 시우바 브라질사회당(PSB)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금은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약간 우세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1차 투표에서 절반을 넘지 못하면 1, 2위 후보가 26일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이렇게 되면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된다.

지난달 26일 여론조사회사 다타폴랴 조사에서는 호세프 대통령이 지지율 47%로 시우바(43%)를 근소하게 앞섰다. 같은 달 15일에는 호세프가 41%로 42%의 시우바에게 간발의 차로 뒤졌다. 그 뒤 호세프 진영은 막대한 선거자금으로 정치 신인 시우바의 경험 부족을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고, 퇴임 뒤에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지지 선언까지 이끌어내 간신히 역전에 성공했다.

TV 광고 비용을 시우바 후보보다 5배나 더 많이 쓴 호세프 진영은 최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거리 유세 때 룰라 전 대통령을 초청해 ‘호세프=룰라의 후계자’ 이미지를 강조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회사 MDA의 지난달 29일 조사에 따르면 호세프 대통령은 결선투표에서도 47.7%의 지지를 얻어 38.7%의 시우바 후보를 앞설 것으로 관측됐다.

당초 이번 선거는 호세프의 낙승이 예상됐지만 올해 1, 2분기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브라질 경제 침체, 2014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저조한 성적 등으로 집권당 인기가 떨어져 판세가 흔들렸다. 당초 사회당의 부통령 후보였던 시우바는 8월 13일 에두아르두 캄푸스 사회당 후보가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져 갑자기 대선 후보가 됐다.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들었지만 룰라-호세프로 이어진 브라질노동자당의 12년 집권에 지친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적극 끌어냈다. 8월 말∼9월 초 조사에서는 그의 지지율이 호세프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막바지 선거전에서는 자금과 경험을 내세운 호세프 진영이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특히 세계 최대 가톨릭 국가인 브라질에서 개신교 신자인 시우바 후보의 지지층이 젊은 유권자에 국한돼 있는 것도 불리한 여건이다. 시우바 진영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최근 선거 캠페인에서 ‘동성결혼 지지’ 문구를 뺐지만 장년층 유권자의 눈초리는 여전히 차갑다.

이번 대선은 대조적 이력을 지닌 두 여걸의 대결로 화제를 모은다. 한때 독재정권에 맞선 게릴라 단체에서 활동했던 호세프 대통령은 부유한 집안에서 성장하고 경제학 박사를 받은 전형적인 백인 엘리트다. 반면 아마존 정글에서 11명의 자녀 중 한 명으로 태어난 시우바 후보는 자수성가했다. 16세 때 처음 글을 배웠으며 가족 중 문맹을 벗어난 사람도 그가 처음이다. 가정부 등 허드렛일을 하며 26세에 대학을 졸업했고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며 젊은층의 지지를 얻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브라질 대선#지우마 호세프#마리나 시우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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