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조선시대엔 무당도 약을 타먹고 의원들이 무당 불러 굿을 하기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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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약생활사/신동원 지음/951쪽·3만9000원·들녘
‘조선의약생활사’를 쓴 신동원 교수

신동원 KAIST 인문사회과학과 교수는 “조선 초, 중기에는 한양에 좋은 의원과 약방이 몰려 있어 지방 사람들은 한양에 와 치료를 받곤 했다”고 설명했다. 신동원 교수 제공
신동원 KAIST 인문사회과학과 교수는 “조선 초, 중기에는 한양에 좋은 의원과 약방이 몰려 있어 지방 사람들은 한양에 와 치료를 받곤 했다”고 설명했다. 신동원 교수 제공
옛날 의학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1000쪽에 육박하는 ‘조선의약생활사’를 처음 접한 직후 떠올랐던 생각이다. “음. 감기나 설사 같은 통상적인 질병은 우리 한의학이 상당히 잘 치료했어요. 고려시대 이후 한의학이 보급돼 조선 전기에만 200가지 처방이 있었죠.”

24일 만난 저자인 신동원 KAIST 인문사회과학과 교수(54)의 말이다. 신 교수는 한국 의학사를 정리한 ‘조선의약생활사-환자를 중심으로 본 의료 2000년’을 최근 출간했다. 삼국사기, 동국이상국집 등을 분석해 삼국시대 고려시대 병의 개념을 살폈다. 또 조선시대 문신 이문건의 묵재일기(默齋日記), 유희춘의 미암일기(眉巖日記)) 등을 분석했다. 특히 의사 중심이던 기존 의학사와 달리 환자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 특징이다.

“묵재일기에는 당시 사망 유형이 꼼꼼히 나와 있어요. 홍역, 장티푸스 등 역(疫), 즉 전염병으로 가장 많이 죽었습니다. 두 번째가 천연두, 마마로 불리는 두(痘)입니다. 이어 이질(痢疾), 종(腫·종기), 열(熱) 순이에요.”

사극에서 무당이 굿을 하는 등 비의학적으로 병을 치료하려는 장면이 과연 어느 정도 사실이었는지 궁금했다.

“무당도 약을 타먹고, 의원들도 무당을 불러 굿을 하기도 했어요. 난치병에 걸리면 독경(讀經), 목숨이 위태로우면 제사를 지냈습니다. 병의 종류, 정도에 따라 다양한 방식을 활용한 겁니다.”

저자는 우리 한의학이 일본 중국의 의학과 다른 점도 강조했다.

“일본은 하나의 증상에 하나의 약물로 효과를 보도록 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런 것을 말단의 방법으로 봅니다. 우리는 몸을 강하게 만드는 데 방점을 뒀어요. 약을 쓰면서 삼계탕을 먹는 등 보양 위주의 한의학이 강조됐죠. 성리학과 관계가 깊어요. 수양을 통해 마음뿐 아니라 육체도 다스리는 거죠.”

이에 조선시대에는 요즘과 다른 진료방식이 많았다고 한다.

“문약(問藥)은 환자 자신이 필요한 약을 알고 와 달라는 거죠. 문병(問病)은 어떤 병인지 알고자 하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의약(議藥)도 꽤 많았다는 겁니다. 환자가 처방을 의사와 논의해 치료하는 거죠. 의서를 대출받아 자기가 처방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의학지식이 높았던 거죠. 효 사상 때문입니다. 수준 낮은 의원들이 부모님을 제대로 치료하는지 살펴보려 한 거예요.”

이 책은 삶과 죽음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생각까지 담고 있다.

“정약용은 어릴 때 천연두와 홍역을 앓았고 40세에는 중풍과 옴으로 고생했고요. 다만 병이 났을 때 열심히 치료해본 후 낫지 않으면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자세로 삶을 살았습니다. 정약용은 75세까지 살았어요. 선조들은 죽음을 익숙한, 삶의 일부로 봤어요. 요즘 의학은 단군 이래 가장 발달했지만 스트레스가 심해 사람들 몸이 약해지고 행복하지 않죠. 100년 뒤 사람들은 우리를 어떻게 볼까요?”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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