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영광 ‘4대 종교성지’ 관광자원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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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전남 영광군은 ‘영광(靈光)’이라는 지명에서 풍기는 이미지처럼 종교적으로 의미가 깊은 고장이다.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이자, 원불교 발상지인 영산성지가 있다. 조선시대 천주교와 6·25전쟁 당시 기독교 순교지가 모두 자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영광은 4대 종교 정신문화의 성지로 불린다. 서로 다른 종교가 공존하며 화합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영광이 종교 테마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영광군이 4대 종교 성지와 지역명소를 연계한 순례 코스 개발에 나서면서 연간 관광객 350만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원불교 영산성지.
원불교 영산성지.
법성포 좌우두는 서기 384년 인도승 마라난타 존자가 중국 동진을 거쳐 백제에 불교를 전하기 위해 최초로 발을 디딘 곳이다. 영광군은 2006년부터 이 일대를 관광명소로 개발했다. 간다라 양식으로 지어진 상진문을 비롯해 간다라유물관, 누각인 부용루, 탑원, 23.7m 높이의 대불상을 건립했다. 부용루의 벽면엔 석가모니의 출생에서 고행까지의 과정이 23개 원석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기독교 순교지.
기독교 순교지.
영광읍에서 10여 km 떨어진 백수읍 길룡리 일대는 원불교가 시작된 제1성지로 연중 순례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교조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1891∼1943)가 탄생한 이후 원불교의 교법을 제정하기 위해 변산으로 자리를 옮기기 이전까지 29년간에 걸친 ‘구도자의 혼’이 묻어 있다. 염산면 기독교인 순교지는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교회 탄압에 항거하며 신앙을 지키려다 194명(염산교회 77명, 야월교회 65명 등)의 신자가 순교한 곳이다. 염산면 설도항에 순교탑과 체험관, 야월리에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영광읍 영광성당 옆에는 조선시대 신유박해 당시 순교한 신자들을 추모하는 ‘천주교 순교 기념관’이 있다.

천주교 순교지 영광성당. 영광군 제공
천주교 순교지 영광성당. 영광군 제공
영광군은 4대 종교 성지 관광 활성화를 위한 팀을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전북 등 전국의 종교 순례 코스 개발 사례를 벤치마킹해 4대 종교 성지와 관광명소, 체험거리를 한데 묶은 코스를 선보이기로 했다. 전문 종교 지식을 갖춘 문화해설사도 양성한다.

코스 선정에 앞서 올해 6차례 여행사 대표와 종교인, 언론인, 파워블로거 등을 초청해 종교 성지와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팸투어를 진행했다. 현재 수도권 여행사 13곳, 영남지역 여행사 12곳이 군과 협약을 맺고 투어에 나서고 있으나 코스가 길지 않고 특정 지역에만 몰려 있어 이를 정비하기로 했다. 현재는 당일 코스밖에 없지만 코스를 세분해 1박 2일 또는 2박 3일 코스도 개발할 계획이다. 2년 전 선정한 ‘영광 9경(景)·9미(味)·9품(品)’과 투어 코스를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복안도 있다. 한편 전북지역 4대 종교의 성지를 잇는 길을 걷는 세계순례대회가 27일부터 10월 4일까지 전북에서 열린다. 2011년부터 종교 간 상생과 관광객 유치를 위해 시작된 대회다. 그러나 불교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참을 선언해 상생 의미가 퇴색했고 반쪽 순례대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불교계는 전주시가 추진 중인 종교 성지화 사업이 특정 종교에 편중됐다며 지난해부터 불참하고 있다. 전북의 순례길은 전주∼완주∼김제∼익산까지 9개 코스 240km에 이른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천주교 순교 터인 치명자산, 김제 금산사, 원평 금산교회와 수류성당, 증산교 유적지, 익산의 원불교 중앙총부, 완주 천호성지, 익산 나바위 성지 등을 잇는다. 참가자들은 신부 스님 목사 교무 등과 길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정승호 shjung@donga.com·김광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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