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재술]하나-외환 은행 통합 빠를수록 좋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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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술 딜로이트코리아 회장
이재술 딜로이트코리아 회장
국내 금융환경이 심상치 않다. 7개 시중은행 당기순익은 2011년 9조5000억 원에서 2013년에는 4조 원대로 크게 떨어졌다. 평균 순이자마진과 총 수수료 수익도 하락했다. 자본이익률과 총 자산이익률 지표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까지 하락하고 있다.

웰스파고은행, 씨티그룹, HSBC, UBS 등 해외 금융회사들은 재무건전성 개선, 사업구조 개편, 인력 구조조정 등이 한창이다. HSBC는 한국의 소매금융시장에서 완전 철수를 결정했다. 씨티은행은 일본에서 소매금융부문을 철수하고 국내에서 수십 개 지점을 폐쇄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일본 미즈호금융그룹은 2은행-2증권 체계의 비효율성을 해결하고자 2013년 증권부문과 은행부문을 각각 통합했다. 미즈호금융그룹의 통합 시너지 효과는 1900억 엔으로 추정되며 현재까지 1000억 엔의 효과를 달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생존을 위해 수익성이 낮은 시장은 철저히 외면하고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글로벌 금융사들의 노력에 비해 최근 이슈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문제를 보면 답답할 뿐이다. 2012년 초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이미 2년 반이 지났다. 노사 간의 암묵적 합의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금융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순익 감소 등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마당에 더이상 합병 시기를 늦춰서는 안 된다.

과거 외환은행 노조는 대주주였던 론스타의 거액 배당을 묵인하며 보너스라는 달콤한 과실을 챙겼다. 배당을 볼모로 외국계 경영진을 압박할 수 있다는 생각에 HSBC, ANZ 등 외국계 은행에 외환은행이 팔리기를 원했고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한다고 할 때 환영한 바도 있다.

하지만 외환은행이 HSBC에 통합됐다면 소매금융 철수 결정에 따라 직원들은 구조조정에 휘말려 고용보장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노조도 눈앞에 보이는 직원들의 이익만 좇을 게 아니라 조직 발전과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어려울수록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합병을 통한 성장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통합 신한은행이 출범 후 줄곧 수익 면이나 생산성 면에서 은행권 수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이번에 통합을 추진하는 하나금융은 국내 금융사 중 최다 해외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해외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이다. 그동안 외환은행의 강점이었던 국제금융과 외환 부문은 하나금융을 만나 가장 큰 통합 시너지를 낼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올해 2월 양 은행의 인도네시아 해외 법인은 통합 후 40% 이상 당기순익 증대가 예상된다고 한다. 하나-외환은행이 하루빨리 통합하고 진정한 발전을 이뤄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는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금융회사로 거듭나야 한다. 또 이러한 금융회사들이 몇 개씩 나타나야 국내 금융산업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이재술 딜로이트코리아 회장
#당기순익#금융위기#하나 은행#외환 은행#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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