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연혁]스웨덴에 좌파정권 들어선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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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스웨덴 예테보리대 교수
최연혁 스웨덴 예테보리대 교수
14일 스웨덴 총선은 사민당을 중심으로 한 좌파 연합의 근소한 차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사민당 환경당 좌익당 등 3개 정당으로 이루어진 적녹 연합이 43.7%를 차지해 39.3%에 그친 현 우익 정부 연합세력을 대신해 연합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8년 만에 다시 정권을 찾아온 사민당 진영은 정권교체를 주도하며 들떠 있지만 4개 우익 정당 진영, 그중에서도 보수당은 패배에 따른 충격으로 깊은 실의에 빠져 있다.

사실 적녹 진영의 승리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2년 전부터 3개 좌익계열 정당들의 지지율이 현 정부보다 많게는 15%포인트 정도 앞서가는 상황에서 선거 2주 전부터 조금씩 좁혀가는 형국이기는 했지만 마지막 선거운동에서도 이미 기울어진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어떤 요인이 선거의 결과를 일찌감치 결정짓는 요인이었을까.

우선 우익 집권 8년 동안 진행된 사회 양극화를 들 수 있다. 스웨덴은 실업률이 다른 서유럽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7.5% 수준이고, 평균 경제성장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수준을 상회하는 좋은 성적표를 가지고 있었으며, 2008년 이후 세계 재정위기도 잘 극복해 독일과 더불어 유럽의 가장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산층과 저소득층 간의 소득격차는 우익 집권 8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 왔다.

4차에 걸쳐 진행된 소득공제제도 도입을 통해 일하는 국민에게는 더 많은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실업이나 병가급여로 생활하는 국민들에게는 지급률을 대폭 인하해 다시 노동시장으로 빨리 복귀하도록 하는 채찍정책을 펼쳤지만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소득공제제도는 저소득층과의 소득격차를 큰 차이로 벌려 놓았다. 실업급여와 병가급여의 낮은 지급률로 인해 극빈층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수밖에 없었다. 경제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양극화의 현상이 가파르게 진행될 경우 좌익 정당들에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명제는 그대로 적중된 셈이다.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 이민자 정책이다. 스웨덴에는 인구 1000명당 세계에서 가장 많이 유입되고 있는 정치망명객이 매년 평균 8만 명에 이를 정도지만 이들의 사회적응도는 매우 낮아서 정착 후 10년 이내에 노동시장에 투입되는 비율이 50% 내외밖에 되지 않아 내국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내국인 실업률은 7% 내외이지만 이민자 출신의 실업률은 50%를 상회하고 있어 복지기금만 축내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대도시를 중심으로 외국인 혐오주의와 극우주의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를 4주 앞두고 발표한 우익정부의 정치망명객 대량 유입을 통한 인도주의적 실천 정책은 그렇지 않아도 불만이 컸던 대도시 실업자,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극우 정당에 표가 쏠리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 가장 큰 패착이었다.

극우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은 4년 전 선거 때보다 지지율이 7.2%포인트가량 상승해 사민당 보수당에 이어 세 번째 큰 정당으로 부상했다. 결과적으로 우익 혹은 좌익 계열 정당들이 단독으로 과반수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극우 정당이 지렛대 역할을 담당하게 된 상황이 벌어졌다.

31%밖에 얻지 못한 사민당을 중심으로 좌익계열 정권이 곧 구성되겠지만 과반에 못 미치는 소수 내각 혹은 좌우 연정의 형태로 정치가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8개 정당으로 이루어진 스웨덴의 정당제도는 앞으로 절대적 승자가 없는 상황에서 극우 정당의 견제를 받으며 좌우 진영 간의 타협과 협상이라는 협의민주주의의 중요한 실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연혁 스웨덴 예테보리대 교수
#스웨덴#사민당#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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