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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주식, 라면]세계가 먹는 바로 그 매운맛, 辛라면 변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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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주식, 라면]세계가 먹는 바로 그 매운맛, 辛라면 변신하다

최윤호기자 입력 2014-09-22 03:00수정 2014-09-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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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라면은 누가 뭐라고 해도 국민음식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이다가 이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이다. 해외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대체로 한국라면과 관련된 일화 하나씩은 품고 있다. 저 유명한 ‘스위스 알프스 융프라우에서의 한국 사발면 먹기’는 여행 마니아들 사이에 전설처럼 전해진다. 그 사발면이 바로 신라면이다.

농심은 8월, 신라면의 맛과 디자인을 출시 28년 만에 처음 바꿨다. 바꿨다기보다 한국 라면의 상징이자, 글로벌 식품 대열에 오른 신라면의 위상에 맞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재정립이었다. 업그레이드된 신라면은 더욱 쫄깃해진 면발과 얼큰한 국물로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제 신라면은 국내 1위를 넘어 세계무대의 정상을 노리고 있다. 중국과 일본 등 세계 유수의 라면 브랜드 가운데 농심은 ‘한국의 맛’이라는 무기로 세계 100개국 식탁 점령에 나섰다.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부터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아레나스까지, 신라면의 광활한 영토 확장은 현재진행형이다.

대한민국 최초 매운맛 라면의 탄생

신라면은 1986년, ‘깊은 맛과 매운 맛이 조화를 이룬 얼큰한 매운 라면’이라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농심의 걸작이다. 당시 농심은 1985년 시장 1위에 올라선 다음, 확고한 독주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신라면을 개발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얼큰한 소고기장국의 매운맛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당시 연구개발팀은 전국에서 재배되는 모든 품종의 고추를 사들여 ‘매운 맛’을 실험했다. 고추뿐만 아니라 다진 양념(일명 다대기)맛도 찾아 다녔다. 다진 양념이란 칼국수를 비롯하여 냉면, 설렁탕 등 국물 있는 음식에 가미할 수 있게 만든 우리나라 전통의 종합양념으로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 등의 재료를 적절히 배합한 것이다. 연구진들은 이 다진 양념에서 맛의 힌트를 얻었다.

라면의 맛이 수프에 있다면 라면의 식감은 면발이다. ‘안성탕면보다 굵고 너구리보다는 가늘면서 넉넉한 식감과 쫄깃한 질감’을 위해 하루 종일 면만 실험했다. 실험용 면발도 200여 종류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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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평균 세 봉지 정도의 라면을 먹어가며 초시계로 시간을 재고 비커와 온도계로 물의 양과 온도를 측정하며 맛을 감별해야 했습니다.” 당시 신라면 개발에 참여했던 한 연구원의 회고다. ‘깊은 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 얼큰한 감칠맛’을 가진 신라면은 이렇게 해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디자인도 파격적이었다. 농심은 라면시장의 오랜 관행을 깨고 한 음절(매울 辛)의 이름을 붙이고 시각적인 이미지를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통일하여 ‘매운 라면’이라는 제품의 본질과 속성이 가감 없이 전달되도록 했다.

출시 첫해 석 달 동안 30억 원에 육박하는 판매액을 시작으로 이듬해인 1987년에는 무려 180억 원을 상회하는 매출을 올리며 안성탕면과 함께 국내 라면시장의 대표주자로 부상했다.

하루 315만 개 생산, 한 해 4800억 원어치 팔려

1990년대 말 농심은 구미 인텔리전트 공장건립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모든 라면 생산환경을 자동화, 고속화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해서 완공된 구미공장은 현재 농심 라면생산의 심장이다.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1분마다 500개의 신라면이 생산된다. 전체 5개 고속면 라인에서 생산되는 신라면이 하루 총 315만 개다.

모든 생산과정이 자동화되어 있고 중앙관제센터를 통해 모니터링된다. 화장품도, 주머니도, 창문도 없고 출입도 까다롭게 통제하는 곳, 바로 농심의 신라면을 만드는 구미공장의 모습이다.

이 같은 생산량은 곧 수요로 연결된다. 2013년까지 신라면의 국내 누적판매량은 총 230억 개다. 이는 지구를 105바퀴 돌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 라면시장에서 신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25%, 약 4800억 원에 달한다.

또 지난해 신라면 국내 누적판매액이 8조 원을 넘어서는 등 신라면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차별화된 맛으로 국내 라면시장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쫄깃한 면발, 신라면보다 맛있는 신라면

어느 가정집에서 라면을 맛있게 먹는 남녀가 등장한다. 후루룩∼ 후루룩∼ 라면을 먹다 말고 남자가 여자에게 말한다. “이거 신라면보다 맛있는데?!” 그러자 여자가 답한다. “그거 신라면이야∼!!”

2007년 농심 신라면 광고의 한 장면이다. 신라면보다 맛있는 라면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광고이다.

그 후로 7년이 지난 2014년, 광고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 신라면보다 더 맛잇는 신라면이 탄생한 것이다. 28년 만에 맛과 포장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한 신라면, 농심은 “신라면이 가진 1등 브랜드의 위상을 확실히 세우기 위해 신(辛)나는 변화를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신라면의 맛을 더욱 신라면답게 살리는 것에 집중했다. 맛의 ‘변화’가 아닌, 맛의 ‘개선(Upgrade)’으로 봐야 한다는 것. 실제로 새롭게 바뀐 신라면을 끓여 보면 면발의 쫄깃함을 젓가락 끝에서 느낄 수 있다. 먹는 내내 쫄깃한 식감은 유지되고, 마지막 한 젓가락까지 면이 쉽게 펴지지 않는다.

국물맛의 풍미도 한층 깊어졌다. 원료의 배합비를 최적의 상태로 개선해, 신라면 고유의 맛을 더욱 맛있게 업그레이드했다는 것이다. 끝맛도 조금 칼칼하게 해 전체적인 맛의 균형을 살렸다. 전반적으로 면발의 쫄깃함과 국물의 풍미가 개선된 것을 느낄 수 있다.

디자인은 오히려 심플함을 택했다. 새로운 신라면 디자인 작업은 ‘신라면의 글로벌화’에 따라 매울 辛자가 가지는 세계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시켰다. 세계 90여 개국에서 팔리는 제품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 브랜드인 만큼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강조가 필요했다. 그래서 농심은 신라면의 매울 辛을 확대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고, 특유의 빨간색 배경은 더욱 진하게 처리한 반면 옥편과 조리예 등의 부가적인 디자인 요소들은 과감히 생략하거나 축소했다.

사나이 울리는 매운맛, 변치 않는 메시지

이렇게 새로워진 신라면은 현재 국민 영화배우 송강호와 유해진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국가대표 신라면의 모델을 천만 관객의 신화를 자랑하는 최고의 배우들이 맡은 것이다.

두 주연의 신라면 광고는 ‘더 좋아진 신라면의 맛’에 초점을 맞췄다. 송강호는 광고에서 “좋아졌네 좋아졌어∼ 몰라보게 좋아졌어∼”라는 노래와 함께 신라면을 직접 끓이고, 유해진은 평소처럼 유쾌한 표정으로 라면을 먹는 등, 두 명품 배우가 신라면의 맛을 제대로 살렸다는 평을 받았다. 또 “라면은 역시 신라면이네∼”라는 멘트로 제품의 독보적인 아이덴티티를 강조했다.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 신라면의 핵심 속성인 매운맛을 감성적이면서도 해학적으로 표현한 카피로 출시 후 지금까지 그대로다.

중국 현지에서도 이 같은 광고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농심은 마오쩌뚱의 말(만리장성에 오르지 않으면 사나이가 아니다·不到長城非好漢)을 패러디한 마케팅 카피를 만들었다. ‘매운 것을 못 먹으면 사내 대장부가 아니다(吃不了辣味非好漢)’라는 카피가 그것이다.

또 광고 마지막 부분의 “농심 신∼라면”이라는 징글(jingle) 역시 신라면 출시 이래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강부자, 구봉서가 부르던 CM송을 이제는 박지성, 차두리에 이어 송강호, 유해진이 부르는 것이다. 신라면은 가깝게는 일본, 중국에서부터 유럽, 중동 및 이슬람국가, 세계 3대 폭포로 불리는 나이아가라 폭포, 지구 최남단 칠레까지 세계 방방곡곡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이 만들고 세계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세계 1등 제품에 의한 세계 일류회사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현재 90개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올해 적극적인 시장개척으로 ‘신라면 100개국 수출’이라는 대한민국 식품사의 금자탑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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