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실용서]가우디 삶의 궤적 따라가 본 건축여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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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가우디다/김희곤 지음/304쪽·1만6000원·오브제

“가우디보다 더 위대한 삶을 살다 간 건축가는 없다.” 두 번째 장을 닫는 102쪽의 이 문장이 책의 한계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안토니 가우디(1852∼1926)는 틀림없이 스페인을 대표하는 위대한 건축가다. 바르셀로나의 성가족성당을 보고 경탄하지 않을 이는 드물다.

그렇기에 가우디의 건축 또는 가우디라는 인간은 글로 헤아려 쓰기 두려운 대상이다. 100여 년간 높다랗게 쌓인 엇비슷한 찬사 더미에 한 줄을 더해 얹을 것인가, 눈부신 감탄사 뒤에 가려진 생의 질곡을 재조명할 것인가, 아니면 세계 건축의 성전에 과감히 비판적 시선을 들이밀 것인가. 이 책은 첫 번째에 가깝다.

저자는 10년간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다 44세 때 스페인으로 건너가 미진했던 학업을 다졌다. 그의 ‘가우디 사랑’은 글 구석구석 확실히 전해진다.

하지만 가우디를 잘 모르는 독자가 그 사랑에 공감을 이어낼 근거의 뒷심이 아쉽다. 말미에 참고문헌을 간략히 열거했을 뿐 인용의 출처와 구체적 부연이 궁금해지는 구절 어디에도 주석은 없다. 가우디의 마음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본 듯한 문장이 고개를 거듭 갸웃하게 만든다.

“인생은 되돌릴 수 없지만 추억은 언제나 되감을 수 있다”는 식의 감상을 걷어내면 어땠을까. 사진을 보며 가우디의 삶을 간략히 훑어 짐작하기에는 깔끔한 입문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가우디#스페인은 가우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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