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응모때 ‘동의’ 체크하면 내 정보 함부로 팔아도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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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홈플러스 법리다툼 예고
홈플러스 “고객 동의받아 문제없어”… 檢 “문구 모호… 활용 범위 넘어서”
1건 모집에 50원 인센티브說 주목… ‘활용목적’ 싸고 법정공방 벌어질듯

홈플러스 측이 경품행사에 사용한 온라인용 응모권(위쪽 사진)과 매장용 응모권(아래쪽 사진)의 윗부분에는 고객 이름, 휴대전화번호,
 생년월일, 자녀 수를 적는 칸이 있고 아랫부분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글씨로 개인 정보 이용에 관한 방침이 적혀 있다.
홈플러스 측이 경품행사에 사용한 온라인용 응모권(위쪽 사진)과 매장용 응모권(아래쪽 사진)의 윗부분에는 고객 이름, 휴대전화번호, 생년월일, 자녀 수를 적는 칸이 있고 아랫부분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글씨로 개인 정보 이용에 관한 방침이 적혀 있다.
‘각종 경품 행사에 응모할 때 고객이 개인정보 이용란에 ‘동의’한다고 서명하면 해당 업체가 정보를 다른 업체에 팔아넘기는 장사를 해도 문제가 없을까?’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은 이런 ‘정보 장사’를 동의하는 범위를 벗어난 불법행위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홈플러스 도성환 사장과 이승한 전 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개입돼 있는 정황도 포착하고 이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 ‘활용 동의’ 서명했으면 끝?

개인정보보호법에는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그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다’(15조)고 명시돼 있다. 문제가 된 홈플러스 경품 행사는 응모카드에 이름과 성별, 생년월일, 휴대전화 연락처, 자녀 수를 기재하고 ‘개인정보에 대한 취급 위탁 및 이용’ ‘개인정보 제3자 제공’이라는 제목 아래 작고 빽빽하게 적인 글 내용에 ‘동의’한다는 표기를 해야 응모 자격이 주어진다. ‘기재, 동의 사항 일부 미기재, 미동의, 서명누락 시 경품 추첨에서 제외된다’는 문구가 붉은 글씨로 크게 적혀 있다.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내용을 보면 ‘생명·손해보험상품 등의 안내를 위한 전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마케팅 자료로 활용된다’고 돼 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 측은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하는 데 고객의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도 이 논리에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다. ‘고지 사항을 알리고 적법한 동의를 얻었다면 어떤 식으로 활용하든 합법’이라는 얘기다.

○ 검찰, “문구 내용, 글씨 크기 등 종합 판단해야”

그러나 검찰은 동의를 구하는 문구 내용과 형식 등을 종합해 위법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홈플러스의 경우 ‘다른 업체에 돈을 받고 정보를 제공한다’는 문구 자체가 없고 ‘마케팅 자료로 활용된다’는 문구만으로는 고객들이 자신의 정보가 홈플러스의 수익 사업에 이용된다는 점을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개인정보를 어떻게 활용할지 설명하는 글씨를 의도적으로 작게 했거나 온라인 응모권의 경우 미리 ‘동의함’ 난에 체크를 해 놓은 상태로 화면을 띄워 놓는 등의 ‘꼼수’가 있었는지도 주요 검토 대상이다. 홈플러스 경품 행사에 응모한 윤모 씨(58)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문구) 글씨가 너무 작은 데다 구렁이 담 넘듯 대충 알려주는 것 자체가 사기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히 홈플러스 관계자들 사이에 “연매출 40억 원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응모권 모집 실적에 따라 점포마다 건당 50원씩 인센티브를 주기도 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 조직적인 정보 장사가 벌어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전우현 교수는 “고객들이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했다면 일단 법적으로 문제는 없겠지만 적시된 ‘활용 목적’의 해석에 따라 법리 다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홈플러스#법리다툼#경품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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