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갑 채운 절도 현행범 놓치고… 열흘간 쉬쉬한 경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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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명署 지구대 황당한 투캅스

경찰에 붙잡힌 범죄 피의자가 수갑을 찬 채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피의자 도주 사실을 열흘 동안 보고하지 않은 채 최초 신고자를 찾아가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해 달라”며 은폐를 시도했다. 그사이 도망친 피의자는 다른 범죄를 저지른 후 붙잡혔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8월 2일 오후 8시경 경기 광명경찰서 광남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가방을 훔쳐가려는 절도범을 잡았다”는 신고를 받고 광명의 A유흥주점으로 출동했다. 당시 사장 이모 씨(54·여)는 영업 준비를 하다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져 카운터로 나와 목걸이 등 패물이 들어 있는 자신의 가방을 뒤지는 김모 씨(53·전과 15범)를 발견했다.

이 씨는 절도범 김 씨의 목을 졸라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곧장 출동한 지구대 경찰 2명(남녀 각 1명)은 김 씨를 절도 미수 혐의로 검거하고, 뒷짐을 지게 한 채 수갑을 채워 카운터 앞에 세워 뒀다.

하지만 도주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경계가 전혀 없었다. 신고자 이 씨는 “여경은 카운터 책상에서 영업허가증 내용 등을 종이에 적었고, 남자 경찰은 출입구 계단으로 올라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감시가 느슨해지자 김 씨는 이 틈을 타 주점 뒷문으로 뛰쳐나갔다. 출동한 경찰관들은 “도망간다”는 주점 사장의 외침을 들은 뒤에야 황급히 뒤를 쫓았지만 결국 붙잡지 못했다.

어이없는 실수로 피의자를 놓친 지구대 측은 이 내용을 광명경찰서에 보고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갑 도주’가 발생한 뒤부터 주점을 3, 4회 찾아와 “소문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경찰들은 “만약 서장에게 전화가 오면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해 달라”고 이 씨에게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의자를 놓친 경찰은 이 사실을 쉬쉬하면서 긴급 수배조차 내리지 않았다. 도주한 김 씨는 광명에서 바로 택시를 타고 고향인 전남 장성까지 내려간 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수갑을 풀었다.

김 씨의 도피 행각은 광주광역시에서 또 다른 절도를 저지르다 발각됐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광명 수갑 도주 이후 일주일 만인 8월 9일 광주 서구의 한 상가에서 현금 60만 원을 훔친 김 씨를 다시 검거했다. 서부경찰서는 검거할 당시 김 씨가 도주 피의자란 사실을 몰랐으나 조사 과정에서 “광명에서 범죄를 저지른 뒤 수갑을 찬 채 도망쳤다”고 털어놓자 도주 사실을 알게 됐다. 서부경찰서는 8월 12일 이 사실을 광명경찰서에 통보했다. 이때까지도 해당 경찰서는 이런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

광명경찰서 측은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통보가 온 이후 피의자를 놓친 경찰들에 대해 6차례 감찰을 마쳤다”며 “징계위원회 회부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16일 오후 늦게까지도 동아일보와의 전화에서 “피의자 수갑 도주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광명=정윤철 trigger@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
#수갑 채운 절도범 도주#수갑 도주#광명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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