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회장 “하나-외환 통합, 궁합 가장 잘 맞을것” 직원들 찾아 소통 행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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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통합비전캠프 열어…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며 설득

15일 오후 강원 횡성에서 열린 하나금융 통합비전캠프에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15일 오후 강원 횡성에서 열린 하나금융 통합비전캠프에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회장님, 통합하면 인사상의 불이익 정말 없습니까.”(외환은행 직원)

“저기 뒤에 우리 그룹 임원들이 여러 명 와 있는데, 하나은행 출신만 한번 일어나 보세요.”(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 회장의 말에 나란히 앉은 임원 8명이 고개를 돌려 두리번댔다. 머뭇머뭇하며 추진호 외환은행 대기업사업그룹 집행부행장이 혼자 일어났다. 이우공 하나금융 부사장을 비롯한 나머지 임원들은 모두 하나은행과 통합한 서울은행, 보람은행 및 외부 출신이었다. “이게 그 답입니다. 여러분.”

15일부터 1박 2일간 강원 횡성 웰리힐리파크에서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직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나금융그룹 통합비전캠프’가 열렸다. 강연을 위해 행사장을 찾은 김 회장에게 직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통합하면 1000% 보너스가 나온다는 소문도 있는데요.” “막연히 좋다고는 하는데 통합하면 어떤 효과가 있는 겁니까.” 두 은행의 조기통합이 현안으로 걸린 만큼 직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1시간여 이어진 직원들의 질문에 김 회장은 일일이 진솔한 답변으로 응했다.

김 회장이 이렇게 직원들과의 소통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하나,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에 그룹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7월 3일 “조기통합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뗀 뒤 두 은행의 임직원 워크숍 등 자리가 있을 때마다 찾아가 대화했다. 김 회장은 1981년 서울은행에 입행한 뒤 신한은행을 거쳐 1992년 하나은행에 왔다. 외부 출신으로 하나은행에 합류해 서울은행, 보람은행, 충청은행과의 합병을 경험한 그는 통합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소통’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직원들이 얼마나 걱정이 클지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힘닿는 대로 직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걱정을 덜어주려고 하는 겁니다.”

김 회장의 젊은 시절은 그리 평탄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한 뒤 군대 야전상의 한 벌로 대학 시절을 버티며 어려운 생활을 견뎠다. 입행한 뒤에는 관리자가 아닌 영업맨으로서 현장을 다니며 경력을 쌓았다. 은행 지점장 시절 고객을 설득하려고 우산 없이 비를 맞고 찾아가 계약을 성사시켰다는 유명한 얘기도 있다. 뒤에서 지시하기보다는 직접 나서서 부딪치는 야전사령관 스타일의 최고경영자(CEO)로 불리는 만큼 조기통합을 반대하는 직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에도 선봉에 섰다. 지난달 28일에는 직원들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공식 행사뿐만 아니라 직원들과의 술자리도 연일 이어지는 만큼 추석 연휴에 단식을 하며 몸까지 만들었다는 그다. 김 회장은 직원들에게 “서울은행 보람은행과의 통합 당시에도 직원들의 반발이 컸다”며 “하지만 통합 후에는 모두 잘한 일이었다고 얘기한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은 그중에서도 가장 궁합이 잘 맞는 통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캠프에 참가한 외환은행 노동조합 분회장인 한 직원은 “이런 자리에 나오는 걸 꺼렸던 게 사실”이라며 “통합에 반대하지만 직원들과 대화하겠다는 진정성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횡성=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김정태#하나은행#외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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