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door]나인틴 포틴을 기억하라, 아웃도어가 더 익사이팅 해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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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아웃도어 하그로프스 창립 100주년 기념행사

이상신 사진작가 제공
이상신 사진작가 제공
13일 오후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올림픽로의 용평리조트. 자갈과 흙이 가득한 비탈길에 고급 자전거 브랜드 ‘스페셜라이즈드’의 산악자전거를 탄 10여 명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 원래는 슬로프로 쓰이던 길을 거슬러 오르고 있었다. 헬멧을 쓰고 몸에 딱 맞는 재킷과 팬츠를 입은 사람들은 지칠 줄 모르고 오르막을 올랐다.

자전거 행렬이 100m 정도의 경사길 라이딩을 마치자, 이번에는 볼보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70’ 여러 대가 헤드라이트를 번쩍이며 나타났다. 이 차량들은 경사길 꼭대기에서 사람들을 태우고 오프로드를 달리는 시승 행사를 하는 중이었다.

이곳에서는 최고 1000만 원대에 이르는 자전거와, 오프로드 운전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었다. 이곳저곳에서 “스키장에서 이런 경험을 할 줄이야” “자전거나 차가 비싸지만 않았어도 확 지를(충동구매)텐데”라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이날 행사는 스웨덴 아웃도어 브랜드 하그로프스의 본사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하그로프스코리아가 13, 14일 연 것이었다. 하그로프스는 100주년 행사를 스웨덴 본사(5월)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지사에서 잇따라 열고 있다.

한국 행사는 자전거, 자동차, 카메라, 맥주 브랜드 등을 초청한 가운데 파티 분위기로 진행됐다. 고객들에게 등산, 트레킹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알리고 즐기도록 하겠다는 의도에서 마련된 것이었다.

행사 참가자들은 하그로프스 재킷과 팬츠 등을 입고 패션감각을 자랑했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주로 선보여온 멀티 컬러 제품과는 다른, 화사한 ‘원 컬러(한가지 색깔)’ 재킷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이들은 오후 1시부터 저녁까지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겼으며, 친환경 아웃도어 활동을 위한 교육에도 참여했다. 저녁에는 맥주를 곁들인 디너파티가 열렸다.

이상신 사진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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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주년 맞아 ‘나인틴 포틴’ 라인 선보여

하그로프스는 이날 행사의 첫 번째 순서인 100주년 기념식에서 100주년 기념 제품군인 ‘나인틴 포틴(19 fourteen)’을 소개하는 순서를 마련했다. ‘나인틴 포틴’은 하그로프스의 창립연도인 1914년에서 따온 것이다. 하그로프스는 당시 만들었던 최초의 배낭 제품 등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어번(urban·도시)’ 콘셉트의 아웃도어 제품군을 새로 만들었다. 나인틴 포틴의 제품은 데님을 연상시킬 정도로 탄탄한 기능성의 새로운 고어텍스 소재가 사용됐다.

하그로프스 관계자는 “‘나인틴 포틴’은 아웃도어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맞는 제품”이라며 “제작 과정은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일이었다. 본사 관계자들도 ‘도전이자 도약’이라고 말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그로프스는 이번 제품군 시판이 하그로프스의 사업 범위 확대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광호 하그로프스코리아 대표는 “‘나인틴 포틴’ 제품군은 기존 하그로프스의 고객들에게 도심형 스타일도 선보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완전히 새로운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그로프스는 이날 행사 막바지에 ‘나인틴 포틴’의 주요 제품을 선보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나인틴 포틴’ 제품군은 빠르면 9월 말부터 매장에서 판매된다.

이상신 사진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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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까지 ‘아시안 피트’ 선보일 것”

이날 행사에는 하그로프스 본사의 글로벌 마케팅 매니저인 프레드릭 켈베르그 씨와 아시아퍼시픽지사 매니저인 매그너스 너브 씨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서의 마케팅 전략 방향과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취재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2016년 부터 시판되는 ‘아시안 피트’ 제품에 쏠렸다. ‘아시안 피트’ 제품이란 하그로프스 아시아퍼시픽지사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는 아시아인 전용 사이즈 제품을 말한다. 하그로프스는 이를 위해 한국 산악인 홍성택 씨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받고 있다.

하그로프스는 앞으로 한국 일본 홍콩 중국 등에 적합한 맞춤 아웃도어 의류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유럽이나 북미와는 다른 아시아인의 등산 및 아웃도어 문화에 맞춰 완전히 새로운 제품들을 내놓을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전 제품에 비해 변화 폭도 크다. 사이즈뿐만 아니라 소재나 무게 등 세부 사양도 변경된다.

너브 씨는 “한국인들은 당일치기 하이킹이나 수직적인(상대적으로 높은 산에 오르는) 아웃도어 활동을 즐긴다”며 “최소 2박 3일 이상의 아웃도어에서 활동하는 북유럽인과는 다른 제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그로프스는 이런 성향을 반영해 한국에 선보일 제품은 유럽 제품보다 더 가볍게 만들 계획이다.

하그로프스는 이런 전략을 통해 국내에서 점차 인지도를 높여갈 예정이다. 정 대표는 “올해 9월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 성장하는 등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내고 있다”며 “현재 12개인 점포 수를 2018년까지 40개로 늘리는 등 점진적으로 국내 고객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켈베르그 씨는 “한국 시장은 여전히 매우 잠재력이 높은 곳”이라며 “일반 매장 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비롯안 다양한 유통 채널들도 동시에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철학’ 한국 고객에게 전파


이날 행사에서는 하그로프스의 기업 철학 중 하나인 지속 가능한 성장과 친환경 아웃도어 활동을 알리는 자리도 함께 마련됐다.

하그로프스는 북유럽 브랜드답게 환경 보호 활동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그로프스코리아의 영업팀 관계자는 “하그로프스에서 만드는 제품에 쓰이는 원자재의 30%, 부자재의 90%가 친환경 인증(‘블루 사인’)을 받았다”며 “하그로프스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친환경적인 제품 생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북유럽 전통에 맞춰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100여 명의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한 ‘흔적 남기지 않기(LNT·Leave No Trace)’ 교육도 열렸다. 강의는 산악인 김영식 씨가 맡았다. 김 씨는 참석자들에게 산행 중 흔히 볼 수 있는 돌탑과 나무에 걸린 리본 표식지의 사진을 보여주며 ‘LNT’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씨는 “예전에 하루 동안 산을 돌면서 표식지를 수거해본 적이 있는데 수백 장이 나왔다”며 “‘흔적 남기지 않기’ 원칙에 맞지 않는 만큼 돌탑 쌓기나 표식지 붙이기는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용평=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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