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수익만 늘려줄 광고총량제… 유료방송 생존 위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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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회 ‘방송 균형발전’ 토론회
“광고총량제 허용땐 독과점 가속… 지상파로 年1000억 더 쏠릴 것”
방송 전문가들도 반대 목소리

한국언론학회 조직커뮤니케이션연구회는 15일 경희대 오비스홀에서 ‘방송 균형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광고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박종민 경희대 교수, 심성욱 한양대 교수, 형태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김관규 동국대 교수, 이춘재 
푸드TV·홈스토리 대표. 박영대 기자 sannae@do
한국언론학회 조직커뮤니케이션연구회는 15일 경희대 오비스홀에서 ‘방송 균형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광고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박종민 경희대 교수, 심성욱 한양대 교수, 형태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김관규 동국대 교수, 이춘재 푸드TV·홈스토리 대표. 박영대 기자 sannae@do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방송에 광고총량제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이럴 경우 최소 1000억 원 이상의 방송 광고가 지상파로 더 쏠려 중소 유료방송의 생태계 자체가 고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사의 분석 자료만을 바탕으로 “총량제 도입에 따른 지상파 광고 증가가 연간 376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르면 이달 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유료방송은 케이블TV, 인터넷TV(IPTV), 위성방송처럼 가입자의 수신료를 받아 운영하는 방송이다.

15일 서울 경희대에서 한국언론학회 조직커뮤니케이션연구회(회장 박종민) 주최로 열린 ‘방송 균형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광고 정책’ 토론회장. 토론자로 나온 김관규 동국대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이나 중간광고 검토 등을 통해 과연 국내 전체 광고시장이 커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아직 국내 미디어시장에서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지상파 광고 규제 완화는 지상파 쏠림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형태근 전 방통위 상임위원, 김관규 동국대 교수,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원, 박종민 경희대 교수, 심성욱 한양대 교수, 이춘재 푸드TV홈스토리 대표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 광고총량제로 지상파 독과점 심화

광고총량제가 도입될 경우 지상파 방송사는 현재 토막광고(3분·800여만 원)를 없애는 대신 ‘프로그램광고’(15초당 1300여만 원)를 대거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광고란 화면에 프로그램명이 고지되고 난 뒤 바로 방송되는 광고로 시청자 주목도가 높아 주 시청시간 기준 광고료가 1300만 원 정도로 가장 비싼 광고다. 유료방송 업계는 지상파에 총량제가 허용돼 프로그램광고가 대거 늘어나면 주 시청시간(평일 4시간, 휴일 5시간)으로만 계산해도 지상파 3사의 매출이 연간 1500억 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토막광고(3분)를 프로그램광고로 전환하면 1시간에 프로그램광고(15초)가 최대 12개 더 늘어날 수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자료에 따르면 프로그램광고 단가는 토막광고에 비해 평균 63% 비싸다. 이를 연간으로 계산하면 지상파 방송사 한 곳에서만 1년에 966억 원(광고판매율 100% 기준)의 광고 매출 상승이 가능하다. 지난해 광고 판매율이 53.48%였던 KBS 2TV의 경우 추가 매출 상승분은 약 516억 원에 이른다. 이를 KBS, MBC, SBS 등 지상파 세 곳으로 확대하면 1548억 원이 된다.

게다가 지상파 3사의 경우 KBS드라마 등 계열 유료방송 채널까지 포함하면 연간 방송광고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는 만큼 총량제 도입으로 인한 지상파 독과점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춘재 대표는 “방통위는 총량제 허용을 방송광고 균형 발전 정책이라고 하는데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지상파에 1000억 원을 몰아줘 나머지 200여 개 유료방송이 더 피폐해진다면 대단히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 KBS 광고 축소 등 거시정책 필요

특히 방송 전문가들은 총량제 도입 시 지상파의 광고 증가가 연간 376억 원에 불과하다는 방통위의 분석이 지상파의 논리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 수치는 총량제 도입에 따른 방송광고 단가 인상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가 지상파 광고를 대행하는 코바코의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 전 상임위원은 “정부가 총량제 도입 이후의 시장에 대해 더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방송시장의 확대’를 위해서는 KBS 광고 축소 등 전체 방송시장에 영향을 주는 거시적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종관 연구원은 “정부는 TV 수신료 인상을 통한 KBS 광고 축소, 광고 허용 품목 확대 등을 통해 광고시장을 키우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 광고총량제 ::

현재 유형별로 규제가 있는 방송 광고에서 유형 규제를 없애는 대신 시간이나 프로그램별로 광고 총량만 규제하는 방식. 이럴 경우 지상파 방송은 프로그램(6분) 토막(3분), 시보(20초), 자막(40초) 등으로 존재하고 있는 유형 규제 대신 1시간에 10분의 광고 시간만 지키면 된다.

한정훈 채널A 기자 existen@donga.com·남윤서 기자
#방통위#광고총량제#지상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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