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찌그러뜨리고 엔진룸에 물 뿌리기,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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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마케팅’ 공들이는 車업계
“내수-수출용 안전사양 다르다”… “세차때 물 샌다” 논란 일자
동호인 불러 충돌-누수 실험… 오해나 이의제기에 적극 대응

현대·기아차 “아무 문제 없습니다” 4일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쏘렌토’와 관련된
 한 동호회 회장이 쏘렌토 엔진룸에 물을 뿌리는 실험을 하고 있다(위 사진). 7월에는 남양연구소에서 ‘제네시스’ 동호회원들과 
블로거들이 충돌시험으로 엔진룸이 반파된 제네시스를 점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제공
현대·기아차 “아무 문제 없습니다” 4일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쏘렌토’와 관련된 한 동호회 회장이 쏘렌토 엔진룸에 물을 뿌리는 실험을 하고 있다(위 사진). 7월에는 남양연구소에서 ‘제네시스’ 동호회원들과 블로거들이 충돌시험으로 엔진룸이 반파된 제네시스를 점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제공
4일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는 기아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와 관련된 6개 동호회 회장들이 모였다. 이들은 고압호스로 지난달 출시된 신형 쏘렌토와 BMW ‘X3’, 폴크스바겐 ‘파사트’에 물을 뿌렸다. 보닛을 여니 3개 차 엔진룸 모두에 물이 들어가 있었다. 다음엔 시동을 켠 상태에서 보닛을 열고 엔진룸에 물을 뿌렸다. 세 차 모두 시동이 꺼지지 않았고 와이퍼나 램프가 오작동하는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다. 엔진룸에 물이 들어가도 전자제어장치(ECU)나 엔진, 배터리 등에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다.

기아차가 쏘렌토 동호회장들을 불러 물 뿌리기 실험을 벌인 것은 인터넷에 떠돈 한 소문 때문이었다. 이달 초 한 누리꾼이 ‘신형 쏘렌토를 세차했더니 엔진룸에 물이 들어차 있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누수 논란이 일었다. 이에 기아차는 ‘엔진룸에 물이 들어가도 자동차의 안전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번 실험을 계획했다.

이에 앞서 7월에는 현대차가 ‘내수용과 수출용 차량의 안전 사양이 다르다’는 오해를 불식시키려고 남양연구소에서 ‘제네시스’ 충돌시험을 진행했다. 2011년부터 동호회와 블로거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해 그리고 소통’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많은 자동차회사들이 동호회를 대상으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특정 차량 모델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동호회원들은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데다 해당 자동차 모델을 소유하면서 느낀 의견을 주고받으며 여론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동호회 지원은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동호회 정기모임에 사업소를 행사 장소로 제공해준다. 쌍용자동차는 6월 ‘렉스턴W’ 동호회원들을 초청해 오토캠핑과 콘서트를 즐기는 행사를 열었다. 한국GM 관계자는 “매일 주요 동호회에서 올라오는 글들을 체크한다”고 말했다.

수입차 중에서는 아우디코리아가 5월 전남 영암 서킷에서 열린 ‘R8 LMS컵’ 대회에 ‘클럽아우디’ 동호회원 20여 명을 초청했다. 2006년 개설된 이 동호회는 현재 등록 회원 수가 5만4000명에 달해 현재 아우디 클럽으로는 가장 큰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자동차업체와 동호회의 관계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가까이 하기도 멀리하기도 어렵다)’으로 요약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정 동호회의 세력이 커지면 지나친 협찬을 요구해 순수성을 잃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일부 동호회에서 행사비 전액을 지원해 달라고 하거나 자동차 협찬을 요청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해오면서 동호회와의 직접적 관계를 끊게 됐다”고 말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좋은 자동차 브랜드의 3가지 요소는 전문가의 인정, 신뢰할 수 있는 성능, 소비자와의 교감”이라며 “건강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동호회 등 소비자 체험을 확대하고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제품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기아차#남양연구소#제네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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