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교육 강화 취지 좋지만… 수능 연계땐 점수따기로 변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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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초중고 의무화” 발표후 교육현장 술렁

정부가 소프트웨어 과목을 초중고교 교과과정 및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필수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한 대기업이 마련한 소프트웨어 교육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 동아일보DB
정부가 초중고교 공교육 과정에 소프트웨어(SW) 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힌 이후 교육 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시대 흐름에 맞춰 SW 교육을 강화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가뜩이나 교과 부담이 큰 우리 교육 실정에서 적절한 정책인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입시에 연계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SW 교육, 어떻게 강화되나

미래창조과학부 주도로 논의 중인 SW 교육 의무화 방안은 아직 구체화된 수준은 아니다. 7월 말 ‘의무화하겠다’ ‘교과를 개편하겠다’ 정도의 밑그림만 나온 상태다.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보면 △초등학교는 2017년부터 5, 6학년을 대상으로 정보 관련 교과 내용을 SW 기초 소양교육으로 개편하고 △중학교는 2018년부터 선택인 ‘정보’ 과목을 ‘소프트웨어’ 과목으로 바꿔 필수화하며 △고등학교는 SW 과목을 심화선택에서 일반선택으로 전환해 선택률을 높이겠다는 정도다. 교육 내용엔 컴퓨터나 인터넷 활용법을 넘어서 코딩, 알고리즘, 프로그램 제작 기초역량 등을 가르친다는 계획이 들어가 있다.

현재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편안을 짜고 있는 교육부는 이달 말 발표할 총론에 이런 내용을 어떻게 반영할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교육부는 시일이 촉박해 당장 총론에 이런 사항을 자세히 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학교의 과목명 변경이나 고등학교의 선택체제 변경은 각론으로도 정할 수 있는 사안이므로 내년에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불분명한 정책이 갑자기 나오다 보니 개학을 맞은 일선 학교들은 막막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스마트러닝을 담당하는 박치동 장학사는 “2학기부터 시범학교를 선정하고 내년부터 정보교육을 필수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문제는 안이 명확치 않아 이게 독립교과인지, 기술교육의 한 부분인지도 설이 분분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찬 서울 월곡중 교장은 “이미 교육 시수가 꽉 차 있는데 정보 교과를 어디에 놓아야 할지 걱정이고, 전문성 있는 교사를 어디서 데려와야 할지 인력풀도 문제”라며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 학습 부담 가중도 우려

선진국은 대부분 공교육에서 코딩이나 프로그래밍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 역시 초중고교 단계에 이런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계속 제기돼 왔다. 하지만 우리 교육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관건은 역시 입시 연계 여부다.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순간 ‘SW를 익히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입시용 점수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SW 교육 의무화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SW 교육을 입시와 연계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잘 배우지 않으려 해 시간 낭비가 될 수 있다. 대입에 자꾸 부담을 더한다면 절대평가로라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사가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수 과목으로 바뀐 결정적인 이유도 박 대통령의 입시 연계 주문이었다. 가뜩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학습량이 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SW가 수능에 들어가면 교과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는 SW가 수능에 들어가더라도 2021년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벌써부터 입시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동아일보와 한양대 대입전형연구개발(R&D)센터가 지난달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SW 과목을 수능 필수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찬성은 20% 남짓(SW만 필수 5.8%, 한국사와 SW 모두 필수 15.6%)에 불과했다.

SW 관련 전문가들도 정부의 방침이 성급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경규일 소프트웨어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정보 관련 교사 임용과 연수를 계속 줄여왔기 때문에 현장 준비가 돼 있을지 미지수”라며 “교육프로그램을 어떻게 개발할지, 용어나 명칭은 어떻게 통일할지 등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균 foryou@donga.com·임현석 기자   
#SW 교육#소프트웨어#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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