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철학자 노가와 “日극우의 고노담화 지우기, 조직적으로 준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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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대학살 91주년/日사회 우경화 현주소]

“일본군 위안부가 없었다는 말은 이상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의 우연한 주장이 아닙니다.”

일본 역사철학자인 노가와 모토가즈(能川元一·사진) 씨는 최근 아사히신문의 오보 인정을 계기로 쏟아지고 있는 우파의 고노 담화 지우기 공세에 대해 “우파들이 조직적으로 오랜 시간을 들여 준비해온 것으로 난징(南京)대학살 부정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종차별주의와 외국인 혐오’ 등의 책을 펴내며 우파들의 역사 지우기에 맞서고 있다.

―최근 일본의 역사 지우기가 과열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등 거대 매체까지 나서 고노 담화를 부정하고 있다. 우파의 모든 에너지가 아사히신문의 일부 오보 인정을 계기로 일거에 위안부 지우기에 집중되고 있는 느낌이다. 우파들은 위안부 문제가 국제 여성인권 문제가 아니라 한일 간 대립 문제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할 만큼 했는데도 한국에 당하고 있다는 피해 의식을 퍼뜨리고 있다. 일본이 피해자가 되면 과거의 책임을 직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의 배경은 무엇인가.

“일본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극동군사재판(도쿄 전범재판) 판결을 수락해 국제사회에 복귀했다. 하지만 동시에 도쿄 전범재판을 부정하는 움직임이 생겼다. 지배 체제가 그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산케이신문, 분게이�주(文藝春秋) 등 우파 미디어가 냉전 뒤 소련을 대체할 새로운 타깃으로 역사 문제를 설정한 측면이 있다.”

―일본은 앞으로 어떤 국가가 되려 하나.

“아베 신조 총리가 4월 도쿄 전범재판 추도식에서 전범들을 ‘조국의 주춧돌’로 기리는 메시지를 보냈다. 아베 총리의 인식은 단순히 한일 간 문제가 아니다.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인식 모순이 커지고 있다. 일본 우파들은 국제사회의 인식을 거론하면 ‘배신자’라거나 ‘매국노’라고 공격하고 있다. 과거사에 대한 국제사회와 일본 간 인식 격차가 거친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위험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간토대학살#우경화#고노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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