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옥현]북한 핵은 아직도 ‘강 건너 불’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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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국정원 제1차장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국정원 제1차장
북한의 핵무기 완성도가 98%에 상당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핵탄두 탑재 가능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잠수함 건설도 머지않아 가능하다는 보도가 나온다. 새로운 형태의 4차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북한은 ‘진성 핵국가’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핵 불용’ 원칙만을 반복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6자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은 환상 중의 환상이다. 북한의 불변 기본노선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있는 한, 협상용이 아닌 최후의 체제 보전용으로 핵자위력을 지속 강화시킨다는 데 있다. 더구나 미국이 외교적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은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의 선(先)비핵화 조치 이행을 기다린다는 ‘전략적 인내정책’은 이미 유효기간이 지났다.

중국도 무조건적인 ‘6자회담 우선 재개 입장’을 고수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의 의장국 지위만 누리고 있는 지 오래다. 오히려 언제든 핵대국이 될 수 있는 일본에 대항하는 ‘핵 균형추’로 북핵을 간주할 수 있다. 북한 비핵화보다는 내심 ‘불관여정책’으로 전격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에 대한 중국의 히든카드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군사적 보복공격을 통한 북핵 폐기가 대안이 될 수 없다면, 최우선적으로 6자회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북핵 협상을 위한 시간이 촉박하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통해 다종화 소형화 경량화에 100% 성공하고 나면 골든타임은 물 건너간다. 서둘러 대안협상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첫째, 북한에 6자회담에 돌아오라고 더이상 외치지 말라. ‘북핵 협상’이라고만 해보자. 회담 당사자들이 명분상 협상 간판명에 시비 걸지 않고 협상장에 들어오도록 하자.

둘째, ‘신형 4자회담’이라는 새 협상틀을 만들어 낼 외교적 배짱과 기량이 없으면 차라리 ‘4(남북한·미중)+2(일러)회담’을 하자고 제안해 보라. 그리고 ‘뉴욕 채널’을 다시 살려보라.

셋째, 미-북은 첫 협상시안으로 조건 없이 9·19 공동성명(북한 주장)과 2·29 합의정신(미국 주장)으로 돌아가는 데서부터 출발하라. 서로가 외교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넷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파행적 출발이 불가피해졌음을 직시해야 한다. 애매모호한 ‘선 남북 교류 후 핵 협상’ 원칙은 북핵 협상을 무한 지연시킬 우려가 있고, 대북 지원이 핵개발 비용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다.

북핵 협상 재개에 진전이 없다면, 결국은 북측 주장대로 ‘비핵화 협상’이 아닌 ‘군축 협상’으로 옮겨갈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언제까지 ‘지도자같지 않은 지도자가 핵같지 않은 핵을 가지고 있다’고 자위하면서 강 건너 불구경만 할 것인가.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국정원 제1차장
#북한#핵무기#핵실험#6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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