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커피값, 美의 2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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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스타벅스지수 비교해보니
이달 4일 미국 뉴욕으로 휴가를 떠난 김성원 씨(38)는 고개를 갸웃했다. 평소 즐겨 먹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가격이 ‘톨 사이즈’(355mL·12온스)를 기준으로 2.45달러였다. 당시 환율을 적용하면 2530원. 한국에서 4100원을 주고 마셨던 커피를 뉴욕에서는 1600원가량 싸게 먹을 수 있다.

그는 “한국 스타벅스가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보다 커피를 비싸게 파는 게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각국의 물가 수준을 감안한 구매력평가(PPP)를 기준으로 한 한국 스타벅스의 커피 가격이 ‘스타벅스의 본고장’인 미국의 2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달 18일 기준 시장 환율로 환산할 때도 1.64배에 이르렀다. 한국 스타벅스의 커피 가격(PPP 기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0개 회원국의 스타벅스 커피 가격 중 6번째로 비쌌다. 한국의 커피 가격 수준이 높다는 지적이 국제 비교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더구나 미국보다 배로 비싼 스타벅스 커피 값이 국내 커피점과 비교할 경우 중위권에 그칠 정도로 전반적인 한국 커피 값의 수준이 높았다. ‘소비자가 봉’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26일 동아일보가 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 OECD 20개국의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가격을 PPP 환율로 환산해 비교한 결과 한국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는 4.85달러로 일본(3.52달러·10위), 프랑스(3.51달러·11위), 독일(3.12달러·14위), 영국(2.67달러·17위)보다 비쌌다.

한국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를 시장 환율로 계산했을 경우에도 1위는 스위스(6.22달러), 2위는 오스트리아(4.93달러) 등 물가가 높은 국가의 커피 가격이 상위권을 차지했을 뿐 한국의 순위는 5위로 크게 바뀌지 않았다.

커피 값이 높은 주(主)원인을 일각에서는 커피원두 등 원·부재료 가격이나 로열티보다 높은 임대료에서 찾고 있다. 한국 스타벅스가 대형 상권을 위주로 매장을 열며 커피 가격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690개 매장 중 약 43%인 301개가 서울에 몰려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인 ‘쿼츠’에 따르면 서울은 미국 뉴욕을 제치고 ‘세계에서 스타벅스 매장이 가장 많은 도시’이다. 땅값이 비싼 서울 중구 명동에만 스타벅스 매장이 11개에 이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스타벅스의 임차료는 2012년 800억 원에서 2013년 962억 원으로 20.3% 늘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측은 “커피 가격이 안 그래도 비싼데 지난달 가격을 또 올렸다”며 “임차료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측은 “국가별로 고객 가치나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건비, 원·부재료 비용, 임차료, 환율 등을 기반으로 가격을 책정한다”며 “나라별로 운영비가 차별화됐기 때문에 가격 비교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국제적으로는 높은 스타벅스의 커피 가격이 국내에선 평균 수준이라는 점이다. 동아일보가 국내 커피 전문점 10곳의 가격을 비교 분석한 결과 스타벅스(4100원)는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유사한 용량을 기준으로 스타벅스보다 비싼 커피전문점은 폴바셋(5100원)과 커피빈(4500원), 엔제리너스(4400원), 아티제(4300원) 등이었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커피 가격이 비싸도 찾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에 고가 전략을 구사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소비자들이 분위기 있는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에 기꺼이 비용을 치르려고 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 스타벅스지수 ::

각국의 물가 수준을 감안한 구매력평가(PPP·Purchasing Power Parity) 환율로 환산한 가격으로 동일한 상품은 어떤 시장에서든 가격이 같다는 ‘일물일가의 법칙’을 전제로 했다. 동아일보는 한국 스타벅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아메리카노를 기준으로 KOTRA 무역관을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 회원국의 현지 가격을 비교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의 맥도널드 햄버거인 빅맥 가격을 달러로 환산한 ‘빅맥지수’를 발표하며 물가와 적정 환율을 산정하는 지수로 주로 활용된다.

김유영 abc@donga.com·김범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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