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가인]‘자격미달’ 연예인 홍보대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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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인·문화부
구가인·문화부
배우 송혜교(32)가 세금 탈루 직전인 2009년 기획재정부 장관의 표창을 받은 모범납세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장관 표창을 받은 사람은 포상일로부터 3년간 세무조사를 유예받는데 공교롭게도 송혜교는 모범납세자상을 받은 2009년 이후 3년간 소득을 허위 신고했다. 그래서 “모범납세자 혜택을 세금 탈루에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세정당국의 모범납세자 관리에 대해서도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그동안 연예인에게 주어지는 모범납세자상은 포상과 함께 국세청의 홍보용 이벤트에 가까웠다. 국세청은 매해 연예인을 모범납세자로 선정하고, 이 중 몇몇은 국세청 홍보대사로 위촉해 왔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연예인 수상자는 납세실적 때문에 선정됐다기보다는 세정당국의 이미지 홍보를 위해 동원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공공기관 홍보를 하는 연예인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온라인에서 회자되는 ‘문제의 홍보대사’ 면면을 보면 홍보대사 선정 기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마약류인 암페타민 밀반입 논란을 겪은 ‘2NE1’의 박봄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법무부 홍보대사로 활동해 왔다. 대마초 흡연으로 비판받은 ‘빅뱅’의 지드래곤은 2009년 법무부 홍보대사였다. ‘연예병사’ 부실복무 논란을 야기한 가수 상추는 2013년 병무청 홍보대사였고, 군 입대를 기피한 가수 유승준은 2000년 해병 홍보대사를 지냈다.

일각에서는 몸값 비싼 연예인이 무료 혹은 적은 수고료를 받고 공공기관의 홍보에 나서는 데는 그 이상의 대가가 있을 거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온라인에는 “문제 일으켰을 때 무마하려고 홍보대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의 글이 올라온다.

기관이나 단체는 연예인의 인기를 이용해 쉽게 홍보 효과를 볼 수 있어 ‘핫’한 스타를 홍보대사로 찾는다. 연예인도 공공기관의 홍보 활동을 하면 ‘개념 배우’ ‘개념 가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홍보를 맡은 연예인이 문제를 일으킬 경우 기관에 대한 신뢰도도 그 연예인의 인기도에 비례해 함께 추락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홍보대사의 자질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연예인도 부끄러운 ‘민낯’을 들켰을 때 홍보대사라는 직함은 대중의 비난을 막아주는 방패가 아니라 비난을 키우는 부담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사람들에게 불신과 실망을 안겨주는 홍보대사라면 그런 대사는 위촉도, 수락도 안 하는 게 낫다.

구가인·문화부 comedy9@donga.com
#자격미달#홍보대사#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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