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안암병원, 가슴절개 않고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 합병증-후유증 줄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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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Beauty]

경피적 대동맥판막술은 가슴 절개 없이 수술을 해 후유증이나 합병증 등이 적다. 고려대 안암병원 의료진이 대동맥판막협착증 수술을 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경피적 대동맥판막술은 가슴 절개 없이 수술을 해 후유증이나 합병증 등이 적다. 고려대 안암병원 의료진이 대동맥판막협착증 수술을 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베체트병을 앓는 직장인 A 씨는 8년 전 대동맥 판막 치환술을 받았다. 그 뒤 1년 만에 베체트병으로 판막 기능 부전이 발생해 상행대동맥 및 대동맥 판막을 모두 이식하고 심장동맥 우회로술과 심박동기 이식수술도 받았다. 만성 염증성 질환인 베체트병은 피부, 혈관, 위장관, 심장, 폐 등 전신에 걸쳐 염증을 일으키는 희귀병으로,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병이다.

큰 수술을 마치고도 별 탈 없던 A 씨는 최근 숨이 차고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 심초음파 검사 결과 수술했던 대동맥의 판막 협착이 심해져 추가 수술이 필요한 상황. 이미 두 차례의 가슴절개 수술을 받은 터라 가슴 절개를 통한 대동맥 판막 치환수술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고민하던 A 씨는 고려대 안암병원을 찾았다. 수술없이 대퇴동맥을 통해 인공판막을 삽입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다. 경피적 동맥판막치환술로 불리는 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A 씨는 곧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었다.

가슴 절개 필요없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성형술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에 위치한 대동맥 판막이 좁아지는 질환이다. 대동맥 판막이 좁아지면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이 이동하는 과정에 장애가 발생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심장은 더욱 강하게 수축하고, 결국 심장 근육이 비대해지게 된다.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겨 흉통 및 호흡곤란이 나타나고 심하면 실신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증상이 발생하면 2년 내 사망 확률이 50% 이상이므로 반드시 판막 치환술이나 성형술이 필요하다.

최근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임도선, 유철웅, 홍순준, 주형준, 박성미, 흉부외과 정재승, 영상의학과 황성호, 마취통증의학과 최성욱 교수팀은 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 및 성형술을 통해 합병증과 후유증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고령이거나 혹은 동반 질환 때문에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던 환자에게도 수술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건강한 삶을 되돌려주고 있다.

경피적 대동맥판막술의 가장 큰 특징은 시술 시 가슴 부근을 외과적으로 절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심장을 열거나 판막 자체를 제거할 필요가 없다. 가슴절개 수술은 고령의 환자, 혹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가슴 절개술을 받은 환자들에게는 매우 부담스럽다.

고려대 안암병원이 실시하고 있는 경피적대동맥판막술은 허벅지 쪽 혈관을 따라 풍선을 판막까지 집어넣은 뒤 좁아진 판막 사이를 풍선으로 부풀리고 인공 판막을 대동맥판막에 적절히 고정시키는 시술이다. 덕분에 전신마취와 가슴절개, 그로 인한 여러 합병증을 피할 수 있다. 입원 시간 또한 단축할 수 있다.

대동맥 판막 협착증은 주로 고령의 환자, 또는 여러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수술 위험성이 크거나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태인 경우가 많다. 경피적 대동맥판막술은 고령의 환자나 수술 위험 요소를 가진 환자들에게 좋다. 개복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수술을 꺼리는 환자들의 심리적 부담도 줄여주고 있다.

비수술적 치료 통해 환자 생명 연장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팀은 베체트병 환자 A 씨는 물론 최근 81세 고령 환자에게도 경피적 대동맥판막성형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시술 후 심장초음파 등 정밀검사 결과 대동맥판막협착은 완전히 개선됐다. 증상도 급격히 좋아졌다.

유철웅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개흉 수술의 위험부담 때문에 수술을 받지 못하고 병을 키우다 심부전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비수술적 치료 방법을 고려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 씨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유 교수는 “A 씨는 이미 개흉 수술을 두 번이나 한 터라 수술적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큰 위협이다”며 “고령이나 고위험 환자에게 비수술적 치료를 적용하면 신체적, 심리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합병증과 후유증을 피해 빠른 회복이 가능한 최상의 치료라는 것이다.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 및 성형술은 해외에서도 크게 주목받고 있는 수술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이 시술을 시작한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에서도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적용했을 때 좋은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팀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베체트 환자 A 씨 사례가 담긴 논문을 유력 학술지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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