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2명 동반 자살한 28사단, 해체 각오로 원인 파헤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3일 03시 00분


휴가를 나온 현역 병사 2명이 동반 자살하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병사들이 올해 4월 집단 가혹행위로 인해 사망한 윤모 일병과 같은 부대인 육군 28사단 소속이어서 충격이 더 크다. 28사단이 가혹행위와 자살을 막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 비극이 이어진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11일 동반 자살한 A 상병은 입대 후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었고, B 상병은 인성검사에서 자살 예측 판정을 받은 관심병사였다. A 상병은 올해 6월 같은 부대원에게 “8월 휴가 중에 B 상병과 동반 자살하려고 한다”고 예고했으나 이 사실은 지휘관들에게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 A 상병이 엿새 일찍 입대한 김모 상병을 적시해 “죽이고 싶다”는 유서를 남겼는데도 28사단 관계자는 어제 “구타 정황이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을 뿐 납득할 만한 자살 원인을 밝히지 않았다.

‘자살 예고’조차 묵살하는 부대이니 구타 정황이 있더라도 일단 덮고 보자는 은폐 관행이 되살아난 건 아닌지 의문이다. 자살자가 특정인을 겨냥해 적개심을 표시했는데도 가혹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해명을 누가 믿겠는가. 군은 김 상병의 가혹행위 여부 및 동반 자살과의 연관 여부를 반드시 규명하고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28사단은 중서부 전선인 경기도 연천 지역의 비무장지대(DMZ)를 포함한 최전방지역 방어를 담당한다. 관할 지역에 임진강이 지나는 군사분계선(MDL)이 포함돼 지상과 수중을 경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더라도 가혹행위와 인권 침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국방부는 28사단을 해체할 수도 있다는 비상한 각오로 대형 불상사가 끊이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찾아내 바로잡아야 한다.

윤 일병 사건으로 28사단 사단장이 해임됐지만 아직 후임자가 부임하지 않았다. 윤 일병이 소속됐던 연대의 직속상관인 연대장 대대장 포대장이 모두 바뀌었다. 후임 인선을 서둘러 지휘 체계를 복원하는 일도 시급하다. 28사단을 이대로 방치하면 최전방 전투력에 큰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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