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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종교의 뿌리는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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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종교의 뿌리는 폭력이다”

김윤종기자 입력 2014-08-09 03:00수정 2014-08-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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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광기/제임스 캐럴 지음·박경선 옮김/660쪽·2만5000원·동녘
이스라엘 예루살렘 서쪽 성벽인 ‘통곡의 벽’. 로마군이 성벽 앞에서 많은 유대인을 죽였고 이를 지켜본 성벽이 밤이 되면 눈물을 흘렸다는 설에서 유래됐다. 팔레스타인의 아랍인은 통곡의 벽을 바위 사원과 알아끄사 모스크에 속한 이슬람 성지로 생각하기 때문에 통곡의 벽을 둘러싸고 잦은 갈등이 발생했다. 동녘 제공
700여 쪽에 이르는 이 책을 완주하면 프란치스코 교황과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동시에 떠오른다. 최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어린이가 400명이 넘는다. 약자의 대변자(교황)와 약자(아이들)의 주검이 동전의 양면처럼 보이는 이유는 이 책이 ‘꽃’과 ‘칼’의 이중성을 가진 종교의 본질을 담으려 했기 때문이리라.

이 책은 종교, 나아가 인간의 본성을 ‘예루살렘’이란 장소에 투영했다. 특히 예루살렘에 대한 인류의 지독한 광기가 폭력과 전쟁을 조장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책의 부제도 ‘이 고대 도시는 어떻게 우리 현대 세계에 불을 붙였나(How the Ancient City Ignited Our Modern World)’다.

저자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라는 세 종교의 탄생지인 예루살렘이 오늘날 종교 갈등의 ‘핵’이 된 이유를 역사학, 고고학, 인류학, 신학을 통해 다채롭게 조명했다. 고대 로마군의 예루살렘 공격과 유대인의 저항, 중세 십자군의 점령과 살라딘의 반격, 근대 유럽의 식민점령 등 2000년간 예루살렘의 지배세력은 11차례 바뀌었고 그때마다 극단적인 폭력이 수반됐다.

왜 다들 예루살렘을 차지하지 못해 안달이 났을까. 신을 핑계로 욕망을 채우려고 한 탓이다. 예루살렘이라는 화면 위 천년왕국에 대한 강렬한 환상을 투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역사가 완성되리라는 잘못된 종교적 신념을 ‘예루살렘 병’으로 비유했다. 이에 기독교도 이슬람교도 유대교도 모두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다. 실제 최근 이스라엘의 무분별한 공격이 비판을 받고 있지만 지난 10년간 이슬람교도의 자살폭탄 테러로 수많은 이스라엘인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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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저자는 가톨릭 사제였던 인물이다. 1973년 예루살렘 성지순례 당시 ‘십자가의 길’ 14개 지점이 모두 중세 후기 그리스정교회의 관광 독점에 대응하고자 프란치스코회에서 만든 허구라는 점을 알게 되면서 환멸을 느껴 사제직을 그만뒀다. 이후 10년간 예루살렘의 근원을 추적했다.

종교에 대한 실망 탓인지 종교의 근원이 폭력과 연관됐다는 파격적 주장까지 서슴지 않는다. 종교 자체가 살육에서 황홀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됐다는 것. 인류는 생존을 위해 사냥을 하면서 살해할 때마다 일종의 정신적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다. 농업의 발달로 정착생활을 하면서부터는 가축을 제단에 올려 도살함으로써 집단적 흥분을 느꼈다. 이 과정에서 더 큰 존재와의 교감을 추구하면서 종교가 발생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여기서 나온 것이 ‘희생제의(犧牲祭儀) 개념. 라틴어로 ‘성스럽게 하다’는 의미지만 의식적인 살해행위를 내포한다. 출애굽기를 보면 아브라함이 사랑하는 아들 이사악을 하느님의 제물로 바치려 한다. 예수가 죽임을 당한 골고다 언덕은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죽일 뻔한 장소라는 통념이 확대되면서 ‘죽음이 곧 구제’가 된다는 희생제의 개념이 기독교 내에서 강화된다. 이후 이슬람교까지 영향을 미쳐 ‘인간은 타자를 죽임으로써 산다’는 폭력 논리가 확산됐다. 종교 갈등으로 자살폭탄 테러까지 마다하지 않게 된 이유다.

저자는 좋은 종교가 가야 할 길도 제시했다. 이율배반적이게도 좋은 종교란 ‘나쁜 종교는 존재하기 마련이고, 순결한 종교 따위는 존재할 수 없음을 이해하는 종교’다. 그래야 배타성을 넘어 자기반성을 통해 폭력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예루살렘 광기#종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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