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름 황목치승, LG 팬은 다 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일본인 조부 姓 우리말로 바꿔… 日고교 유학했으나 잇단 부상
고양원더스 거쳐 신고선수 입단, 7월 1군 올라와 호수비-맹타

LG 제공
LG 제공
‘황목치.’

대구구장 전광판은 지난달 29일 프로야구 경기에서 8회초 결승타를 때린 LG 선수 이름을 이렇게 표시했다. 원래 이름은 황목치승(29·사진)이지만 전광판이 구식이어서 세 글자밖에 표시할 수 없었다.

이튿날 경기 때 대구 전광판은 성(姓)만 써서 이 선수 이름을 ‘황목’으로 표시했다. 황목치승은 국적이 대한민국이지만 황목(荒木)이라는 특이한 성을 쓴다. 일본인이던 할아버지가 제주도 여성과 결혼하면서 ‘아라키’라는 성의 한자를 우리 발음대로 쓴 것이다.

제주남초교 5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황목치승은 제주제일중 3학년 때 청소년 국가대표에 뽑힐 정도로 주목받던 유망주였다. 중학교 졸업 후 일본 교토국제고로 야구 유학을 떠났고, 고교 때도 실력을 인정받아 야구 명문 아세아대 합격증을 받았다.

그러나 대학 정식 입학을 앞두고 떠난 전지훈련에서 상대 팀 주자의 스파이크에 찍혀 무릎 인대 2개가 완전히 끊어졌다. 그 뒤 2년간 수술과 재활을 반복했지만 옛 기량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그나마 전화위복이 된 건 이 부상으로 군 면제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가 다시 프로 무대를 꿈꾸기 시작한 건 2013년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 입단하면서부터다. 그는 국내 고교를 졸업하지 않아 신인지명회의(드래프트)를 거쳐야 프로에 입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드래프트 때 어떤 구단도 그를 지명하지 않았다. 대신 드래프트를 거친 덕에 LG에 신고선수(연습생)로 입단할 수 있었다.

황목치승은 올해 전반기에 퓨처스(2군) 올스타로 뽑힐 만큼 2군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고, 결국 지난달 15일 처음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빼어난 수비 실력을 바탕으로 양상문 LG 감독의 마음을 산 것이다. 양 감독은 주전 유격수 오지환(24)이 몸에 맞는 공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이 그에게 2경기 연속 선발 출장 기회를 주고 있다. 황목치승은 타격에서도 6일 현재 0.429의 타율을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하는 중이다. 황목치승은 “믿고 써주시는 감독님께 감사하다. 너무 오버하지 않고, 갖고 있는 실력만큼 보여 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야구#황목치승#LG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