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통신망 신설, 정부추산 2兆론 턱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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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망 구축’ 졸속행정 비판

정부가 31일 확정 발표한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사업 추진 방식과 결정 과정에 대해 날이 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자가망(전용망)’ 방식으로 결정한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다. 핵심 쟁점은 자가망을 구축할 것이냐, 이동통신 3사가 구축해 둔 기존 상용망을 쓸 것이냐에 있다. 정부는 “자가망을 위주로 구축하되 음영지역 해소를 위해 상용망 시설을 일부 활용하겠다”는 결론을 냈다. 근거로는 자가망 구축 비용이 2조2000억 원으로 상용망 활용 비용(1조9000억 원)과 비슷하다는 추정치를 댔다.

통신 전문가들은 “자가망의 당위성을 위해 비용을 끼워 맞춘 것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자가망으로 전국을 커버하려면 2조 원대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자가망 구축을 위해 기지국이 몇 개나 필요한지조차 밝히지 않았다. 강성주 미래부 정보화전략국장은 “재난망 태스크포스(TF)가 7개 통신관련 업체로부터 제안서(RFI)를 받은 결과 기지국 수에 대해 적게는 3000개, 많게는 4만 개까지 의견이 다양했다”며 “자가망 위주라고 결정했지만 아직 자가망과 상용망 비율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전광석화’와 같은 정부의 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비난이 거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망 구축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아무리 높았다고 해도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실히 청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난망은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필요성이 급부상했지만 예산 문제로 11년째 도입이 미뤄져 왔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사업 추진을 지시하자 올해 5월 말부터 갑자기 급물살을 탔다.

강 국장은 “의사 결정 과정이 너무 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본다”며 “그러나 안전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최대한 빨리 절차를 진행하려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래도 국민 의견도 들었고 나름대로 공개토론회도 거쳤다”고 덧붙였다.

미래부가 5월 꾸린 재난망 TF는 6월 16일∼7월 15일 한 달간 미래부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 의견을 받았다. 여기에 올라온 의견은 모두 10건에 불과했다. 사실상 공청회 성격을 띠었던 7월 29일 공개토론회도 정부의 최종 결정 이틀 전 부랴부랴 열렸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교수는 “이번 선정 과정을 보면 정부는 무조건 자가망으로 해야 한다고 결정을 미리 해둔 것 같다”며 “그래야 정부가 주도권을 쥘 수 있고 공무원 자리도 생긴다고 여긴 게 아닐까라는 의심을 자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통신망 신설#자가망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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