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열심히 사는 모습 보여주는 게 최고의 치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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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피해 학생들 정신건강 회복위해 美 전문가 초청 세미나

29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청소년 정신건강에 대해 강연 중인 스테이시 슈미트 드루어리 툴레인대 의대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 제공
29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청소년 정신건강에 대해 강연 중인 스테이시 슈미트 드루어리 툴레인대 의대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 제공
“아이들을 가능한 한 빨리 일상생활로 복귀시켜야 합니다. 미국에서 일어난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때도 피해 아이들의 생활을 정상화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했습니다. 당시 어른들의 그런 노력이 아이들에게 불안장애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발생하지 않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합니다.”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교육부 산하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만난 스테이시 슈미트 드루어리 교수(미국 툴레인대 의대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는 여러 차례 “큰 참사가 일어나면 사회 전체가 피해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카트리나 참사 등을 수습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신적 문제를 치료한 경험이 많은 선진국 현장 실무자 및 학자들, 한국인 의사·교사·상담사들과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2005년 뉴올리언스에서는 시속 250km의 강풍을 동반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제방이 무너지면서 전체 도시의 80%가 물에 잠겨 183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실종자를 합하면 2500명 이상의 인명 피해를 낳았다.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세월호 참사와 유사하다고 비교되고 있다.

드루어리 교수는 “이런 재난과 사고를 접한 청소년들의 60∼70%는 큰 어려움 없이 회복한다. 문제는 그렇지 못한 나머지 아이들”이라면서 이들이 겪는 증상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했다. “카트리나로 피해를 겪은 소년이 지금도 생각난다. 참사 후 모든 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멍하니 있는 시간이 늘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옆에서 소리를 치면서 이름을 불러도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집중력이 매우 떨어졌었다.”

그는 “이런 피해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른들이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계속 알리고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비참했던 상황을 다시 떠올릴까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도 못하게 하는데 문제는 SNS 자체가 아니라 내용이다. 카트리나 사태 이후에 ‘어느 식당이 다시 문을 열고 음식을 판다’ ‘새롭게 무언가 시작되고 있다’는 희망적인 소식들이 SNS에 많이 올랐는데 이런 내용들이 아이들 정신 회복에 도움이 되었다”고 조언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함께 강연한 제프리 퀸 보스틱 하버드대 의대 교수도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충격을 극복하는 데는 유머, 이타주의, 승화의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유머는 이런 힘든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할 수 없다. 다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하는 이타주의(altruism)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승화(sublimation)도 필요하다.”

29, 30일 서울에서 열린 심포지엄에는 전국 17개 시도의 교장, 상담교사, 보건교사, 전문상담사 등 250명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31일 대구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마지막 심포지엄이 열린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김민재 인턴기자 연세대 행정학과 4학년
#세월호#외상후스트레스장애#스테이시 슈미트 드루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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