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60년 전통 안성여중 정구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국가대표 30% 이상 배출한 명문팀 선수 부족해 대통령기 끝으로 해체
市교육지원청 “도울 방법 찾는 중”

27일 경기 안성시 국제정구장에서 강현주 코치(오른쪽)와 포즈를 취한 안성여중 선수들. 왼쪽부터 권이슬(1학년), 곽선해 이영주(이상 2학년), 김유진(3학년). 대한정구협회 제공
27일 경기 안성시 국제정구장에서 강현주 코치(오른쪽)와 포즈를 취한 안성여중 선수들. 왼쪽부터 권이슬(1학년), 곽선해 이영주(이상 2학년), 김유진(3학년). 대한정구협회 제공
“유진아, 네가 동생들도 지켜줘야 돼.”

안성여중 김유진(3학년)은 24일 열린 대통령기 전국정구대회 중학교 여자부 단식 결승전에서 유독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안방 같은 안성국제정구장에서 경기가 열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변이 없는 한 이 경기는 1954년 창단해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안성여중 정구부의 마지막 경기였다. 김유진은 3-2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성여고 선수들부터 지역 동호인들까지 이 학교를 졸업한 ‘언니’들이 코트로 몰려나가 김유진의 승리를 축하했다.

안성여중은 정구 대표 선수의 산실이다. 김태주 대한정구협회 사무국장은 “역대 대표 선수의 3분의 1은 이 학교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는 대표 선수 5명 중 김보미와 윤수정도 이 학교를 졸업했다. 이 학교 출신 김경련은 2006 도하, 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2연패를 차지했다.

그런데도 안성여중 정구부는 최근 선수가 부족해 애를 먹었다. 현재 안성여중 정구부 선수는 김유진을 포함해 4명뿐이다. 정구에서는 단체전에 출전하려면 최소 6명이 필요하다. 선수가 부족한 안성여중 선수들은 이번 대회 때 매번 단식 한 경기를 아예 기권해야만 했다(정구 단체전은 단식 2게임, 복식 3게임으로 승부를 가린다). 그런데도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현주 코치는 “아이들이 이런 사정을 모르면 좋을 텐데, 해체를 막으려면 어떻게든 성적을 내야 한다고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내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안성여중 정구부가 사라지면 안성시내에 있는 백성초교와 안성여고 정구부 모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학교 김광국 교장이 통보한 정구부 해체일은 다음 달 20일. 김 교장의 정년퇴임 이틀 전이다. 안성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김 선생님은 8년간 물심양면으로 정구부를 지원하셨던 분이다. 그러나 퇴임을 앞두고 후임자에게 어려움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차원에서 해체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정구부 해체를 막을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대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안성=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정구#안성여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