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회지도층부터 바꿔달라는 국민 염원 들리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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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가 전문가 100명과 국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대혁신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사회 지도층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국민은 사회 지도층이 보통사람들보다 무능하고 부도덕하며 전문성도 민간 부문보다 낮다고 여겼다. 리더십은 낙제점이었다. 그들의 준법정신도 일반인보다 못해 ‘법은 모든 사람 앞에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줄어들었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대상에서 정치인 법조인 공무원은 가장 밑바닥이었다.

올해는 1894년 7월 27일 시작된 갑오개혁 120주년이다. 오늘날 국민의 눈에 비친 지도층의 행태는 갑오개혁 당시인 구한말 삼정의 문란과 다를 바 없다. 세월호 참사는 선장과 선원들의 파렴치한 행위가 직접적 원인이었지만 초동 구조부터 무능 무책임을 드러낸 국가기관, 이들에 대한 감독에 소홀했던 사회 지도층의 적폐가 크게 작용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후 “과거에 쌓여온 적폐를 다 도려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가 대개조’를 외치며 단행한 개각에서 논문표절 음주운전 등 공직자로서의 자격이 의심스러운 장관 후보들을 줄줄이 내놓아 국민을 참담하게 했다. 사회 지도층은 공직 경력을 밑천으로 변호사를 하면서 5개월에 16억 원 버는 것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했다.

국민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뿌리 깊은 부패’를 꼽았다. 권력과 금력을 가진 사람들이 지연 학연으로 끼리끼리 어울려 부정부패를 일삼는 관행을 뿌리 뽑지 않으면 국가 개혁은 요원하다는 인식이 넓게 퍼져 있다. 고위 공직자를 포함한 사회 지도층부터 개혁해야 하는 이유다. 싱가포르의 국부(國父) 리콴유 전 총리는 재직 당시 친구였던 국가개발부 장관의 뇌물사건을 엄단했다. 싱가포르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에 오른 것은 국가적 부패 척결의 결과물이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 국가혁신이 필요한 이유로 국민은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중국 고전에 ‘부위정경(扶危定傾·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이란 말이 있다. 위기는 나라의 근본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 국가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선진국으로 도약은커녕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거나 아르헨티나처럼 주저앉을 수도 있다.

대통령이 이번 주 청와대에서 국정을 구상하는 것으로 휴가를 대신한다고 한다. 지난해 휴가 뒤 박 대통령은 비서진을 개편하고 “청와대 비서실은 국정운영에서 우리 몸의 중추기관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번 휴가 중 박 대통령의 구상은 사회 지도층부터, 청와대부터 개혁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회 지도층#불신#부도덕#전문성#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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