兪사망 시각 ‘파리 번데기 껍질’로 추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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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일가 수사/허술한 검경]
시신발견 현장서 40∼50개 수거… 전북경찰-고대 의대팀 함께 분석

‘파리 번데기 껍질.’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정확한 사망 시각을 밝히기 위해 주목하고 있는 유력한 단서다. 전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CSI)와 고려대 의대 박성환 교수팀은 27일부터 유 전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된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서 파리 번데기 껍질 40∼50개를 수거해 정밀 분석하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시신에서 나온 파리 번데기 껍질의 상태를 통해 사망 시각을 추정하려는 것이다.

유 전 회장이 6월 12일 오전 9시 6분경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매실밭에서 발견될 당시 시신에는 구더기가 잔뜩 꼬여 있었다. 파리가 낳은 알에서 생겨난 구더기다. 파리는 사람이 사망하면 가장 먼저 달려드는 곤충이다. 시신 중 습기가 있는 곳을 찾아 알을 낳는데, 이 알은 구더기에서 번데기로 자란다. 번데기에서는 파리 성충이 껍질을 까고 나온다. 파리가 낳는 알이 성충으로 성장하는 데엔 종류와 기온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2주 정도 걸린다.

유 전 회장은 5월 27일∼6월 12일 사이에 숨졌고 시신이 옮겨진 지 한 달 반이나 지났기 때문에 현재는 구더기나 번데기가 없다. 파리가 남긴 번데기 껍질을 통해 정확한 사망 시기를 유추해야 한다. 파리 말고도 시신에 몰려드는 딱정벌레 같은 곤충들도 채집 대상이다. 경찰과 박 교수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유 전 회장의 시신에서 발견된 구더기도 건네받아 발생 시기를 감식할 예정이다.

파리 알의 정확한 진화 시간을 유추하려면 정확한 기온과 습도를 알아야 한다. 경찰과 박 교수팀은 현장에 미국산 기상관측대 2대를 설치해 기온과 습도를 측정하고 있다. 전북경찰청 과학수사팀 현철호 검시관은 “지금 유 전 회장의 사망 시기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답은 곤충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순천=조동주 djc@donga.com·황성호 기자
#파리 번데기 껍질#유병언#세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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