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代에 걸쳐 IOC에 폭넓은 인맥…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일등공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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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조직委 위원장 내정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지구 16바퀴 돌며 IOC위원 설득… 대회준비 차질 우려도 줄어들듯

약 1만 km를 움직일 때마다 고객이 한 명씩 늘어나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에게 고객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위원장 자격으로 지구를 16바퀴(64만 km) 돌았다. 그리고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IOC 총회에서 63표를 얻었다. 역대 최다 득표였다.

조 회장은 2011년 7월 6일 개최지 발표를 앞두고 아프리카 토고에서 다시 유럽 모나코로 급히 날아갔다. 원래는 토고에서 곧바로 IOC 총회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으로 날아갈 계획이었지만 알베르 2세 모나코 대공의 결혼식이 열린다는 소식에 항로를 바꾼 것. IOC 위원인 그의 결혼식에는 동료 위원 40여 명이 참석했다.

조 회장은 “그간 본 체도 하지 않던 IOC 위원들이 결혼식 때 먼저 알은체를 하면서 인사를 하기에 우리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김진선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전격 사퇴하자 IOC는 무척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대회가 3년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 위원장과 논의하려면 업무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이미 IOC에 폭넓은 인맥을 갖추고 있어 이 같은 우려와는 거리가 멀다. 조 회장의 아버지인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1920∼2002)가 1988 서울 올림픽 유치 때 최전선에서 활약했다는 사실도 IOC에서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조 회장은 평창 개최 확정 직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도쿄에서 만난 IOC 관계자들은 ‘조 회장이 정책의 연속선상에서 조직위로 가는 게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미래를 예견한 발언이었다. 실제로 평창 올림픽 유치 당시에도 고려제강, STX, GS 같은 대기업의 물밑 지원이 큰 힘이 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쌈짓돈을 풀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지원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조 회장이 차기 조직위원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에 체육계와 조직위원회는 모두 “개최까지 불과 3년여 남은 현 상황에서는 평창 올림픽 준비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조 회장은 스포츠에도 전문가 수준으로 정통하다. 대한체육회 부회장인 조 회장은 2008년 3월부터 대한탁구협회장에 취임해 ‘한국 탁구 제2 중흥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1년에는 국내 최초로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실업팀을 만들었다. 프로배구 시즌 때는 가족과 함께 대한항공 안방 코트를 찾는 것도 잊지 않는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조양호#국제올림픽위원회#2018 평창 겨울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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