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한국, 근무시간 OECD 1위… 2013년 해외여행자 1484만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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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트렌드 A to Z… 왜 떠날까]

사람은 왜 여행을 할까. 그것도 쉬지 않고. 사실 여행은 쉽지 않다. 시간과 돈과 열정을 들여야 한다. 게다가 위험하기까지 하다. 물론 지금이야 위험 요소는 많이 줄었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가 기록되면서 비로소 시작된 여행은 그렇지 않았다. 순례가 그것인데 죽음을 각오하고 떠난 고난의 행군이었다. 호스피스가 그걸 말해준다. 지금은 말기 암환자 요양센터로 불리지만 애초 이곳은 병든 순례자를 돌봐주던 종교 시설이었다. 그런 호스피스는 지금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다.

순례에서 발전한 현대의 여행. 인류의 3분의 1이 즐겨 떠나는 지구촌의 메가 트렌드가 되었다. 올해도 그 수는 지난해에 비해 4∼5%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성장세는 203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개발이 한창인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서 향후 중산층에 새로 편입될 15억 인구가 성장의 견인세력이다. 이것은 세계적인 관광컨설팅그룹 IPK인터내셔널이 최근 ITB 베를린에 낸 보고서 ‘2013∼2014 세계여행 트렌드’에서 읽은 추세다. ITB 베를린은 매년 3월 베를린(독일)에서 닷새간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관광산업 컨벤션이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지구촌은 국경 너머로 오가는 여행객으로 인해 더욱 바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이야말로 세계 각국이 관광을 수지맞는 미래의 성장 산업으로 보고 거기에 다걸기하는 이유다. 이런 지구촌에서 해외여행(1박 이상)을 가장 많이 하는 국민. 과연 어느 나라 사람일까. 여행자 수와 숙박일수로 보면 독일이 부동의 1위다. 그러나 지출 면에선 중국이 최고다. 매번 1765유로(2013년 기준)를 쓰는 큰손이다. 해외여행자 수에서도 중국은 무시하지 못할 나라로 부상했다. 독일에 이어 2위다. 하지만 순위 바뀜은 시간문제다. 중국의 두 자릿수 성장률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18%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은 중국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다. 지구촌 여행시장도 2010년 이후엔 줄곧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행자 수(22%), 숙박일수(16%), 지출액(28%)이 모두 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떨까. 지난해 해외여행자는 1484만6000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8.1% 늘어났다. 증가세가 2010년(1248만8000명) 이후 수그러들 줄 모른다. 그 추세를 인구 대비 해외여행자 비율로 보면 더욱 극적이다. 2003년만 해도 그 비율은 15%였다. 이 정도만 해도 실은 지구촌에서 괄목할 만한 수치다. 그런데 지난해엔 29.7%로 두 배로 급등했다.

그러다 보니 요즘 관심은 이 상승곡선의 꼭짓점에 집중된다. 언제, 그리고 몇 명이나 될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일본은 2012년에 꼭짓점(1849만 명)을 찍고 내려선 상태다(지난해 1848만4000명). 물론 해외여행자 수 자체는 아직 우리보다 많다. 그렇지만 우리의 두 배가 넘는 인구(1억2734만 명·2013년 기준)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우리가 여행을 더 많이 떠나는 셈이다. 일본은 그 비율이 14.5%(2012년 기준)로 지금까지 15%를 넘은 적이 없다.

한국인의 뜨거운 여행 욕구. 그런 욕구는 과연 어디서 오는 걸까. 도대체 무엇이 한국인으로 하여금 이렇듯 열정적으로 세계 각지로 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것일까.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디에도 없다. 이제껏 연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 여름휴가 기간에 공무원은 해외여행을 삼가라’는 마뜩잖은 정책도 이런 연구 부재에서 왔음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런 통계를 접하면 더더욱 혼란스럽다. ‘가장 일을 많이 하는 국민’(34개국 중 1위·경제협력개발기구 2012년 통계). ‘가장 휴가(유급)일수가 적은 국민’(10일로 1위·세계 최대 온라인여행사 익스피디아가 2013년 24개국 8535명을 대상으로 조사)이 바로 대한민국 국민이란 사실이다. 일하는 시간이 많으니 휴가일수가 적은 것은 논리적으로 합당하다. 그런데 이렇듯 해외여행을 많이 떠나는 것과는 배치된다.

그 이유를 나는 빈약한 국내여행 인프라에서 찾는다. 여행을 ‘호사’나 ‘사치’로 몰아세웠던 과거 실정(失政)이 원인이다. 그런 국토에서 관광자원과 여행시설이 개발될 리 없었고 더군다나 여행문화가 성숙될 수는 없지 않은가. 정책의 부재가 갈 곳 마땅찮은 국민을 외국으로 눈 돌리게 한 유일한 이유다.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해외여행#여름휴가#근무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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