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좌파 역사학자 홉스봄이 재즈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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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에릭 홉스봄 지음·황덕호 옮김/192쪽·1만5000원·포노

유럽 근대사를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 등 3부작 시리즈로 담아내며 최고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라는 평가를 받아온 영국의 좌파 지성 에릭 홉스봄이 재즈에도 관심을 가졌다?

이 책은 홉스봄이 생전에 낸 비평서 ‘비범한 사람들’(1998년) 중에 재즈를 다룬 4부만을 떼어내 만들었다. 주로 저자가 20∼30년 전 미국, 영국의 서평 전문지에 기고한 재즈 관련 글을 모아놓았다. 저자는 시드니 베셰, 듀크 엘링턴, 카운트 베이시, 빌리 홀리데이 같은 재즈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비범한 거장들에 대한 평가를 1부 ‘평범한 사람들’에 담았다. 거장의 재능만을 찬양하기보다 그들의 인간적 흠과 명작이 나오게 된 음악사적 시대사적 배경을 차갑게 물고 늘어진다. 2부 ‘비범한 음악’에서는 재즈가 유럽에 전파된 사회적 조건과 과정을 분석하고, 재즈의 사회적 정치적 성격을 논하며,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재즈와 미국 대중음악 환경 변화를 다룬다. 저자만의 냉정하고 재치 있는 통찰이 빛나는 순간은 건조하고 사변적인 문장의 모래사장을 인내심 있게 걸어야 만날 수 있다. 재즈의 개념이나 역사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재즈와 홉스봄을 모두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재즈#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시대사적 배경#정치적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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