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남 체포 시작으로 ‘유병언 왕국’ 본격 파헤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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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배후 책임자인 유병언 씨의 장남 대균 씨가 어제 경기 용인에서 체포됐다. 대균 씨는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최대 주주이자 주요 계열사인 다판다 등 3개 회사의 대주주다. 아버지 유 씨를 대신해 계열사들을 실질적으로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균 씨를 조사하면 유 씨가 세모그룹 부도 이후 국내외 50여 개의 회사를 거느린 ‘유병언 왕국’을 건설하게 된 과정이나,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부실 운영에 대해 어느 정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유 씨의 2남 2녀 가운데 장녀는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현재 국내 송환을 기다리고 있고, 차남과 차녀는 미국으로 도피한 뒤 행방이 묘연하다. 온갖 불법과 편법으로 건설한 유 씨 왕국의 전모를 밝히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주려면 유 씨의 다른 자녀들도 하루속히 검거해야 한다. 검찰은 이들이 자수하면 선처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자녀들도 도피 행각을 이어가기보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에게 속죄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자수하는 편이 낫다.

어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유 씨의 시신을 감식한 결과를 발표했다. 서중석 원장은 “좌측 대퇴골 길이와 추정 신장, 왼쪽 둘째손가락 끝마디 뼈 결손, 치아 및 유전자(DNA) 분석 결과 변사체는 유 씨가 맞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유 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시신이 심하게 부패하고 내부 장기가 소실된 탓에 판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망 시기도 추정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감식에 나섰기에 유 씨의 사망과 관련된 궁금증이 말끔히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다소 허탈한 결말이다.

과학적으로 더이상의 사인 규명이 어렵다면 정황 증거나 다른 단서를 통해 보완할 수밖에 없다. 검찰과 경찰은 유 씨의 도주를 돕고 마지막까지 그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운전기사 양회정 씨 등 관련자들을 조기 검거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유 씨를 코앞에 두고도 잡지 못하고 ‘유령’을 추적했던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도, 근거 없는 괴담이 떠도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유병언 전 회장 및 기복침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세월호 참사#유병언#유대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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